2016년 1월
나에겐 몇 명의 입사 동기가 있었다. 그중에 여자 기획자가 한명 있었는데 1~2년인가 일을 하곤 갑자기 퇴사를 했다. 그리곤 직업전문학교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엥?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 다니다가 갑자기 진로를 바꿔?' 좀 놀라웠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케이스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배우는 것은 인테리어였다. 사실 그 전에 재봉틀로 이것저것을 만들다가 인테리어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겪는 도중 결혼까지 한 그녀. 결혼 후에도 계속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며 준비를 하다가 결국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됐다. 존경스러웠다. 뭐랄까.. 진짜 자신의 삶을 향해 도전하는 두려움 없는 전진이라고 할까? 항상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신경 쓰는 내가 쪽팔렸다.
물론 그 뒤에 들은 얘기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순탄치는 않았다. 아무래도 인테리어 업종 특성상 거칠고, 투박하고 굉장히 힘든 커뮤니케이션의 연속이라고 한다. 그래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계속 배우고 성장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그런 과정을 겪는 중 임신을 하게 된 그녀. 그리곤 출산했다는 소식을 얼마 전 페북에서 접했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사진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오늘 또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남편이 승진과 함께 먼 곳으로 발령이 났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이삿짐을 부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녀의 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 그렇게 아기와 함께 이사 준비를 하는데 회사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럼 XX 씨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 "그러게요.. 답을 찾아야죠. 허허허허"
쿨하다. 어쩜 저리 쿨할 수가 있을까. 현재에 살고 있는 그녀. 항상 현재에서 살고, 현재에서 답을 찾아가는 그녀가 참 멋지고 존경스러웠다. 연애나 결혼, 뭐 사랑 전체가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미래에 대해 걱정만 하고 다투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현실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현재에서 답을 찾아가는 것 말이다. 이런 배우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종종 글에도 남기고, 사람들에게도 하는 말이 있다. "일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사랑은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으로!" 근데 그렇게 사랑하면 당연히 피해를 보거나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묻겠지. '당최 어떻게 할 거냐..?' 그런 질문을 받으면 그녀의 말을 써먹어야겠다.
"그러게요~ 답을 찾아야죠! 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