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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 Jul 03. 2016

#팀킬론

잘 하려고 한 거잖아

오늘의 생각 주제는 '팀킬'이다.


우선 이야기를 들어보자.


필자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중에

공항버스를 탔을 때 일어난 일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인천공항 앞.

버스 정류장에 캐리어를 든 사람들이 줄 서 있다.

버스가 도착했다.


한 아저씨가 오시더니

손님들의 캐리어를 버스 짐칸에 하나씩 넣어주신다.


그리고 버스기사 분이 문을 열고 나오시더니

짐이 없는 손님들을 먼저 태우기 시작했다.


남아있는 자리는 7자리뿐이었다.


맨 앞에 짐을 갖고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짐을 버스 밑 칸에 넣느라 밖에서 있는 중에

뒤에 있던 짐이 없는 승객들이

먼저 버스에 탑승했다.


자연스럽게 짐을 넣던 승객들의 자리는 없어졌다.

결국 짐을 넣던 아저씨와 버스기사 분의

말다툼이 시작됐다.


아니, 왜 입장시켜!!?
짐 넣은 사람들부터 입장시켜야지!
아이씨! 난 몰라 알아서 해!


아저씨의 비난이 계속 거세지자

버스기사 분이 당황하면서 한마디 하신다.


아니 왜 말을 그렇게 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나도 잘 하려고 하다가 그런 거잖아.


결국 짐을 먼저 넣은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음 차를 타라고 한 후

버스가 출발했다.


[아군과 적군]

세상을 살다 보면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기도 한다.


누구든 아군 일수도 적군 일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잘 인식해야 하겠다.


생각해보자.

부모님이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신다고 해서

부모님을 나의 적군으로 봐야 할까?


아내나 남편이 서운하게 했다고 해서

배우자를 나의 적군으로 봐야 할까?


아닐 것이다.


그럼 다시 위 이야기를 살펴보자.

아저씨나 버스기사분이 적군일까?

아군일 것이다.


두 분 모두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함께 협력하고 있다.

상대방을 엿 먹이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

서로 돕는 것이 곧

자신을 위한 것인 관계에 놓여있다.


두 사람은 아군의 관계에 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팀킬]

그런 관계에서 본다면

아저씨는 팀킬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버스기사 분의 말대로

잘하려고 하다가 일이 잘못됐다.


굳이 분석을 하자면,

짐을 옮기는 아저씨도

현재 버스에 몇 명이 탈 수 있는지

먼저 확인했어야 하기도 했다.


아군이라는 것을 인지 했다면,

상대방이 나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아군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사치스러운 시간을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황금 같은 시간에

아군을 비난하는 건,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는

무모한 팀킬이다.


[일상 속으로]

자, 그럼 이 메커니즘을 그대로 일상으로 옮겨보자.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다툴 때를 생각해보자.

상대방이 나를 엿 먹이려고 날 서운하게 했을까?

아니면

생각지 못한 실수나 상황으로

내가 서운하게 된 걸까?


내가 서운함을 느끼거나 분노를 느끼는

모든 상황에 적용해보자.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상대방에게 화를 내게 되는 상황을 바라보자.


상대방이 날 엿 먹이려고 나에게 그런 걸까?


회사원이라면 나의 경쟁업체 직원이거나

나와 경쟁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

나와 적군 관계일 때는 서로 엿 먹일 수도 있다.

인생은 정글이니 말이다.


그런 관계를 제외하고 생각해보자.

당신의 애인,

당신의 배우자,

당신의 부모 말이다.


요샌 뒤통수 치는 친구도 많아서

친구는 좀 애매할 수 있지만

아주 믿을만한 친구라면 친구도 넣자.


날 엿 먹이려고 날 분노하게 한 걸까?

상대방이 날 엿 먹이려고 한 게 아니라

단순 실수 혹은 상황 상 그렇게 된 것임을

인지한다면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내가 화낼 일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서로 아군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을 줬으면 줬지

일부러 피해를 주기 위한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을 살다 보면

X맨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X맨을 피하기 위해

아군에게 채찍질을 한다면

그리 행복한 삶을 살긴 어려울 것이다.


명심하자.

아군끼리는 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당신만큼 말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보자.


당신은 팀킬을 한 적이 있는가?

그리고

당신을 화나게 한 사람은 당신을 엿 먹이려고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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