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이라더니

2016 롯데 면세 패밀리 페스티벌

by Ten

오늘 롯데 면세 패밀리 페스티벌에 구경을 갔더랬다. 끔찍한 사람을 만나게 될 줄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비에 추적추적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싸늘한 바람에 시간이 지날수록 으스스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기다리는 건 가왕 국카스텐 하현우를 보기 위해서였다. 4시가 되어서야 국카스텐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건은 시작되었다.


딘의 공연이 끝나고 약 20분 정도 국카스텐 밴드의 세팅 시간이 시작됐다. 그리고 사람들은 앞 스탠딩 영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나도 아내와 함께 스탠딩 영역으로 이동했다. 라젠카로 시작된 공연은 하현우의 끝장나는 가창력으로 초반부터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라젠카를 부르던 도중 내 옆으로 우비도 입지 않은 여자가 다가왔다. 한 손에는 맥주가 든 투명 컵을 들고 말이다. 보통 사람이 많은 곳을 뚫고 지나갈 때는 "잠시만요~" 혹은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 여자는 다짜고짜 밀고 들어오더니 내 앞으로는 꽉 막혀있어 더이상 돌격하지 못하고 내 옆에 있게 되었다.


라젠카를 부를 때 모두 방방 뛰었는데 내 옆에서 맥주 컵을 들고 방방 뛰는 이 여자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워낙 리듬(?)을 타시는 분이라 맥주가 어디로 튈지 아슬아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거슬린 상태로 관람을 하고 있었는데 라젠카 막바지에 남자 친구로 보이는 남성이 그녀의 곁으로 왔다. 그리고 라젠카 곡이 끝나고 하현우의 멘트가 시작됐다.


갑자기 이 여자가 소리를 지른다. "아~ 여기~!!!!!", "하현우~~!!!!!", "꺄~~~~~!!!!", "여기로 와요!!!!!" 공연도 아니고 조용히 멘트 날리는 타임에 소리를 꽥꽥 지르니 어찌나 불쾌하던지... 사람들도 힐끔힐끔 쳐다본걸 보니 왠 미친 여자가 온 줄 알았나 보다.


남자 친구로 보이는 분은 키가 꽤 컸는데 갑자기 잘 보이게 해주겠다며 목마를 태워주는 것이 아닌가? 이 무슨... 스탠딩석에서 목마를 태우는 건 무슨 생각일까?.. 뒤에 사람들은 생각도 안 하는 건지..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꽥꽥 지른다. 그러자 학생으로 보이는 앞에 있던 여자분이 매섭게 째려보며 "아 좀 조용히 하세요. 혼자 있는 것도 아닌데"라고 경고를 준다. 그럼에도 그녀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목마 위에서 당당히 맥주는 마셔주는 당당함을 보였다.


두 번째 곡 일상으로의 초대가 시작됐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그 조용한 도입 부분에서 그녀는 또 미친X처럼 소리를 꽥꽥 지르기 시작한다. "꺄~~!!! 여기 좀 봐요!" 그리곤 다 먹은 투명 컵을 무대 쪽으로 던져버리는 미친X 연기도 선보이셨다. 그 연기를 본 남자 친구는 지기 싫었는지 "잘했어~~~ 근데 그래도 여기 안 보는데?" 라며 그녀에게 꿀리지 않는 싸이코 연기를 감행했다. 계속되는 그녀의 메소드 연기로 인해 곡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는데 앞에 있던 여자분의 두 번째 경고가 날아왔다. "아, 뭐하시는 거예요! 조용히 좀 하라고요!" 그럼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더니 잠시 후, 남자 친구에게 내려달라고 한다. 남자 친구는 안 무겁다고 괜찮다고 했지만 잠시 후, 다시 내려달라는 그녀의 말에 그녀를 내려줬다.


그녀는 남자 친구에게 "못생긴 애한테 욕먹었어"라고 하더니 앞에 여자분의 뒤통수를 매섭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 여자분 들으라는 식으로 "못생겨가지고, 뭐라고 X랄하는거야"라고 계속 주절주절 쇼미더머니 랩을 시전 하셨다. 결국 듣다 못한 앞에 있던 여자분은 뒤돌아서 "뭐야 이거 완전 미친X 아니야"라고 째려보고 다시 공연을 관람하신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했는지 메소드 그녀는 주먹을 불끈 주었다다. 그러자 남자 친구가 팔목을 잡아 말리는 시늉을 한다. 둘 다 할리우드에 갈만 했다. 아카데미상을 받지 않을까... 욕을 먹고선 혼자 계속 주절주절 앞에 있는 여자분을 까기 시작했다. 앞에 계신 여자분이 다시 한번 뒤돌아서 짧게 강렬한 한마디를 남긴다. "미친X"


한동안 말없이 앞에 있는 여자분의 애꿎은 뒤통수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녀는 남자 친구에게 짜증 잔뜩난 얼굴로 가자고 하더니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갔어? 아 완전 노매너야. 뭐하는 짓이야. 시끄러워 혼났네"라며 수군수군 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신경 쓰느라 공연에 집중하지 못했던 나는 그제야 진정이 됐는데 노래는 이미 끝나 있었다. 이런 망할!



오래간만에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을 만났다. 미친X 메소드 연기를 멋지게 선보인 맥주컵녀. 그리고 스탠딩 석에서 자발적으로 목마를 태워준 남자 친구. 조용한 분위기에서 비명을 지르며 컵을 무대로 던지는 무개념녀와 그 모습을 보고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남자 친구. 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하고 모독하고선 자기가 욕을 들으니 왜 욕을 하냐며 적반하장의 꼴통녀. 그리고 그 꼴통녀를 사랑하는 호구.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네가 아까워", "그 사람이 아까워", "이상한 사람 만났네" 허나 사실 나쁜 사람이나 부족한 사람을 만나는 건 없다. 유유상종.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게 된다. 나쁜 사람에게 끌리거나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부족한 것의 한 종류일 뿐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유유상종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그 메소드 연기 천재인 그녀를 끔찍이(?) 사랑하여 그녀의 만행을 오히려 칭찬해주는 남자 친구도 그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냥 둘이 죽고 못 사는 천생연분이다.


뭐 둘이 그렇게 좋고 사랑한다는데 욕할 건 없지만,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지양하고 둘만 있는 공간에서만 마음껏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게 맞는 말이다. 내가 좋은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그러면 친한 친구들을 보면 된다. 친한 친구들의 평판과 이미지는 나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친해지기 때문이다. 연애도 사랑도 마찬가지다.


유유상종.


강선생의 연애가 뭐라고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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