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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 Sep 04. 2015

#찌질이

누구나 찌질이가 된다.

정말 잘생긴 친구가 있다.

남자가 봐도 잘생겼고,

남자끼리 만나도 너무 재밌고,

둘이 만나도 너무 재밌다.


여행도 좋아하고.

춤과 음악도 좋아하고,

책도 꽤 읽는다.


학생회장도 하고,

주위에 인복이 많아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그간 여자친구들을 보면

객관적으로 예쁜 친구만 사귀기도 했다.

이런저런 얘기로 통화를 하다가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말에

콧방귀를 껴 줬다.


"야, 너가 고백하면 다 사귀지. 뭘 그리 걱정해?"

그러자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너 알잖아. 나 누구 좋아하면 X병신 되는 거



"응? 설마 너도 그래? 넌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야, 남자는 다 똑같아. 좋아하면 다 X병신 돼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그냥저냥 호감이 있는 이성에게는

그간의 작업기술과 내숭을

고스란히 부담없이 시전 할 수 있다.

밀당도 가능하고, 레퍼토리도 술술 나온다.

카톡 늦게 보내기, 읽고 씹기.

소개팅에서 만난 날 무관심한 척 하기.

모두 가능하다.


문제는 진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을 경우다.

그간 익숙한 작업기술과 멘트는 잘 나오지 않는다.

눈도 마주치기 조심스럽다.

머리 속은 온통


잘 보여야 하는데..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말이 주절주절 많아지기도,

어떤 사람은 한마디도 못하기도,

어떤 사람은 헛소리를 하기도 한다.


필자도 20대 중반에

너무 맘에 드는 이성과 만난 소개팅 자리에서

한미 FTA 조약에 대해서 이야기 한적도 있다.

정말 잘 되고 싶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본연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기가 어렵다.


왜냐?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절실해지면 긴장하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게 되고,

자신감이 사라지고 불안해진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렇다.

당신뿐만 아니라 모두가 찌질이가 된다.

그러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라.


모두가 찌질이다.

사랑에 빠지는 모든 이가 찌질이다.


자존심도 없고, 허허실실 웃고,

실속도 못 차리고,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누가봐도 찌질이다.


그러니 연애를 하기 전이나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이나

그냥 사랑해라.

그게 정상이다.

누구나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지면 다 찌질해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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