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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 May 06. 2018

지루한 사람

연애가 뭐라고

 대학교 시절, 내가 속한 동아리에 1학년 여자 후배가 들어왔다. 나와 후배는 수시 전형 합격자 모임에서 이미 알고 지낸 사이였다. 하지만 얼굴만 알고 있을 뿐 많이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 당시, 후배는 이영애(지금 생각해보면 이영애보단 다른 연예인 같지만)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였다. 그런 후배가 내가 속한 동아리에 들어왔단 말이다. 두둥! 아싸라비아~


 동아리 모임 시작 전, 나와 후배는 우연찮게(?) 미리 만나서 대학가 주변을 이리저리 같이 구경했다. 옷 가게도 가보고, 그 아이가 좋아한다는 만화방도 들렸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후배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었다.  그 생각이란 '아.. 정말 지루한 애네. 재미없는 애였군'  이었다. 일단 말 수가 적을 뿐 아니라, 말을 할 때도 정말 재미없는 말만 했고 리액션 조차 그냥 살짝 웃거나 하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 후배를 좋아하거나 하는 그런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그렇게 한번 같이 시간을 보낸 후, 이성적인 관심은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아무리 미모가 출중해도 지루하면 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문득 그 후배와 만났던 날이 떠오르면서 그 사건(?)을 재조명 하는 시간을 가졌다.


1. 내가 지루함을 느낀 것인가? 그 후배가 지루한 사람인가?

 그 당시, 그 후배는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물론 지금도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만약 세상 사람들 모두 인정하는 지루한 사람이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그 후배가 정말로 지루한 사람이 아니라 내가 지루하다고 느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소개팅을 하든 어떤 이성을 만나든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은 단지 나의 '생각과 느낌'일 뿐 그 사람을 규정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2. 지루함은 누구의 영역인가?

 '단지 나의 생각과 느낌이라고? 그게 제일 중요한 거 아냐? 내가 좋으면 좋은거고 내가 지루하면 안좋은거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다른 식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와 친해지거나, 혹은 회사 사람들 친목을 위해 회식자리를 만들고 술을 먹곤 한다. 술을 왜 먹냐고 물어보면 술 먹고 취하고 해야 재미도 있고, 친해진다고 한다. 근데 개그맨 유재석씨는 술을 못해서 술집에 가면 사이다만 시킨다고 한다. 그렇게 해도 유재석씨가 있는 술자리는 재미있다고 한다. 정리하면 재미가 있고 없고는 술 혹은 다른 사람이 요인이라기 보다는 내가 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는 말이다. 


 상대방을 지루하다고 느꼈다면, 내가 상대방의 유머러스함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했거나,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나는 재미 없다고 생각한 드라마인데 다른 사람은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라며 푹 빠져 있다면, 과연 재미없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까?


3. 이 사람의 매력은 무엇인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야" 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세상에 매력이 없는 사람은 거의가 아니라 아예 없다고 생각한다. 대충 보고 대충 추측해서 판단하면 상대방의 숨겨진 매력을 찾을 수 없을 뿐이다. 소개팅과 같이 짧게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이런 매력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상대방의 매력이 무엇인지 아는 것, 알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매력을 아는 것과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상대방의 매력을 알지만 관계를 끝내는 것은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본다. 단지 서로의 매력이 맞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매력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관계를 끝내는 것은 천생연분이 눈 앞에 있어도 보지 못하고 차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세상에 매력이 없는 사람은 없다' 라는 걸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매력을 찾지도 않거나 못했으면서 상대방을 지루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면, 과연 지루한 사람은 상대방일까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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