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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 Jun 16. 2018

'그런데도'... 사랑해

지난 연애 이야기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헷갈리는 게 있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 걸까?'라는 생각이다.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참 애매하다. 사랑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실제로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한다고 착각하기도 하고, 사랑하는데 사랑인지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때, 다니던 동네 보습학원에서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을 짝사랑 한 적이 있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이성과 사귀어 본 적이 없었고, 고백해 본 적도 없었던 나는 그저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 100통을 써서 귀가하는 그녀에게 박스채 전달했다. 그 뒤로 아무런 반응이 없어 소심하게 포기한 후, 마음을 접었는데, 몇 년 뒤에 들어보니 편지는 읽어보지도 못했고 아빠가 버렸다고 한다. 제길.. 나름 열정적인 짝사랑이었는데 허무했다.


 '어리고 미숙했지만 그래도 사랑이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그 여학생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그저 얼굴이 갸름하니 희고 말랐다는 것과 이름, 나이 정도만 알 뿐이었다. 그런데 난 왜 무려 100통의 편지를 써가며 마음 아파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당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모와 풍기는 분위기만 보고 혹하는 것도 어릴 때만 할 수 있는 것 같다. 음..아니다, 성인이 되도 외모와 분위기에 혹해서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긴 하다.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라는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저는 많은 연애를 했어요. 사귄 사람들은 좋은 점이 많았죠. 저는 그 중에 마이크와 결혼을 합니다. 마이크는 나쁜 점이 많아요.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자기차라는 재미없는 유머를 던지고, 양아버지 스타일 같은 옷만 입고, (블라블라).. 그런데도.. 저는 이 사람이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


 '그런데도'라는 단어가 확 다가온다. 이런 저런 단점을 다 아는데, '그런데도' 사랑하는 이유가 뭘까? 뭐.. 사랑에 이유가 있을까 싶다. 중요한건 '그런데도' 사랑한다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저 사랑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런데도'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뭐, 아는 게 있어야 '그런데도' 사랑하거나 말거나....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때면 '그런데도'를 붙일 수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보자. 어느정도 확신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너를...그런데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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