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n Sep 16. 2018

상대방을 불안이라는 감옥에 가두는 방법

아주 다양한 생각

첫 번째, 취준생 이야기

 강선생 하우스에서 취업 특강이나 취업 상담을 할 때, 꼭 하는 말이 있다.

1) 관심 있는 업종,
2) 가고 싶은 기업,
3) 하고 싶은 일,
이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자소서에 써야 합니다.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작성하면 안 됩니다.
그 일을 그간 얼마나 준비했는지
상세하게 어필해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해요.

  

두 번째, 상담가 이야기

 혼자 발리 여행을 다녀온 후, 힐러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NLP, EFT, 최면, 에너지테라피, 스포츠마사지 등등 건강 관련된 것들은 모조리 배우기 시작했다. 최면 상담을 배울 때, 내가 여러 가지 기법을 공부하는 걸 아신 선생님이 앞으로 어떤 걸 메인 도구로 상담할 건지 물으셨다. 아직은 잘 모르겠고, 배우고 있는 기법들을 통합해서 여러 가지를 함께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자 선생님이 걱정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그러면 안 될 텐데,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해요.


1.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인 척하세요

 한국의 공교육을 봤을 때, 취업 준비생이 구체적인 꿈과 비전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꿈과 비전이 확실한 사람이 있다면 취업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지금은 취업 강의를 하고 있지만 나 조차도 취업 준비할 때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고, 의욕도 없었으며, 30개가 넘는 기업에 쓰고 다 떨어지기도 했다. 가지고 있는 건 불안과 조급함 밖에 없었다. 운 좋게 취업하고 나서, 심리학 공부와 글쓰기, 인사팀 업무를 하며 취업의 메커니즘을 알게 됐고, 어떻게 해야 취업이 되는지 파악했을 뿐이다. 나 조차도 수년을 경험하고 나서야 깨달은 걸, 경험도 하지 못한 취준생들에게 깨달으라고 말하는 건 잘난 척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그런 사람인 척을 그럴싸하게 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걸로..


그런 척이라도 해야 해.
(거의 없지만) 그런 사람을 뽑으려고 하거든


 오랜 시간 경험해야 터득할 수 있는 것을 당연히 지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듯 이야기하는 것. 상대방을 불안이라는 감옥에 가두는 첫 번째 방법이다.


2. 선택해야 할 때 선택하세요

 선택이라는 건 참 어렵다. 더 좋은 선택이 뭔지가 중요하기도 하고, 덜 피해 보는 선택이 뭔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선생님의 저 말이 나를 굉장히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왜 나는 선택을 못 하겠지? 확신이 없어. 한 가지 크게 끌리는 것도 없는데.. 선택 안 하면 안 된다는데..'

 최면을 배운 지 3년이 지난 뒤에야 무엇을 해야 할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그간 NLP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됐고, 상담심리 대학원에 입학하여 정통 심리상담도 배우게 됐으며, 최면 상담도 실제 여러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경험해 봤다. 그렇게 어느 정도 알고 나서야 선택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 뭘 대충이라도 알아야 그나마 선택에 자신이 생기는 거다. 선택의 자유가 있어봤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찍기 밖에 안된다. 물론 자기가 찍은 거니 다른 사람이 찍어준 것보다는 만족감이 높겠지만 대충 알고 찍은 것과 비교하면 만족도는 턱 없이 낮을 거다.

 어른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꿈이 뭐냐고. 꿈도 없냐고. 한 가지 진득하게 뭣 좀 하라고 말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거나 진득하게 뭘 하기란 쉽지 않다. 나에게 맞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책을 읽었는데 재미도 없고 이해 안 되는 책이 있었다. 그런데 몇 년 뒤에 다시 읽어보니 재밌게 술술 읽을 수 있는 게 아닌가? 과거엔 내 경험이 책이 가진 경험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책이 가진 경험의 깊이를 내 경험이 따라갈 수 있을 때 책이 이해되듯이, 내가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는 때도 있는 법이다. 성급하게 내 경험치에 따라 조언해 주기보다는 상대방이 경험하게 해주는 게 좋을 것이다.


네가 선택할 수 있을 때, 그때 선택 해. 그전까지는 다 경험해봐.


 원하는 대로 살려면 지금 무언가 한 가지를 꼭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상대방을 불안이라는 감옥에  가두는 두 번째 방법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자.
아직 구체적인 꿈이 없어도 된다.
선택은 하고 싶을 때 하자.
누군가 날 감옥에 가두려 한다면
빠르게 벗어나자.
매거진의 이전글 네가 싫어하면 안 할게(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