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사랑해서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이전까지는 아이는 사랑의 결실이라는 말의 의미를 단순히 두 사람이 육체적인 사랑을 나눔으로써 생기는 결과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현실적인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과 신뢰가 깊어질수록 자연스레 아이에 대한 생각도 함께 자라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를 사랑하고 남편을 사랑하기에, 나와 남편을 닮은 아이는 어떠할지 상상이 되고 하루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 남편은 따뜻한 사람이다. 아무 일이 없을 때에도 늘 나를 아껴주고 챙겨주는, 다정함과 배려가 삶에 배어있는 사람이다. 아무 일이 없을 때에도 무심하지 않고 다정하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거나 지쳐있을 때 챙겨주고, 배려해 주고, 양보해 주고, 다정히 대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제 다 회복이 되어서 괜찮아졌음에도 여전히 똑같이 챙겨주고, 배려해 주고, 양보해 주고, 다정히 대해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내 남편은 그런 사람이다. 평소에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바라지도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도 꼭 "고생했어. 고마워."라고 표현해 주고, 내가 부탁하면 귀찮고 피곤해도 부지런히 몸을 일으키며, 늘 먼저 나서서 "여보, 내가 할게."라고 말하는,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다정한 사람.
그런 남편의 사랑과 다정함을 믿기 때문에 그 보호 안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힘들고 아픈 순간에 지금처럼 따뜻하게 내 곁을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에,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두렵지만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는 사랑의 결실인가 보다. 앞으로 있을 수많은 위기의 순간들도 우리가 함께 헤쳐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그만큼 서로 사랑하기에 '두 사람'보다는 '한 가족'으로 더욱 단단하게 얽히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은 '우리를 닮은 아이를 갖고 싶다'였다.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우리 모두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손잡고 조심히 잘 지나가자. 우리는 좋은 엄마 아빠가 될 수 있을 거야. 지금처럼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고 다정히 대해 준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