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로 다니는 여러가지 방법.
목적지로 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걸어서, 대중교통을, 혹은 자차를 운전해서 가기도 한다. 그래서 포털에서 검색하면 자동차, 대중교통, 도보, 자전거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알 수 있어 매우 편하다. 그렇다면 휠체어로 이동하는 방법은? 정보 고지가 안 되어 있을 뿐더러 휠체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동 방법 선택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포털의 맞춤 정보는 비장애인을 위한 것이지, 휠체어 이동을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휠체어로 이동하고자 한다면 직접 가 봐야만 알 수 있다.
그러나 처음 가 보는 곳을 휠체어로 이동하기는 정말 큰 노력과 체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계속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무장애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이다.
오늘은 모아스토리의 무장애여행 콘텐츠 이지트립(easytrip.kr) 촬영을 위해 서울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관광지, 남산으로 향했다. 그 동안 여러 콘텐츠를 만들면서 장애인콜택시를 자주 이용해왔는데 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4호선 전철을 타고 명동역에 내린 우리는 휠체어로 이용가능한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그러나 명동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매우 오래 전에 만들어진 역인 데다가 번화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보니 엘리베이터 설치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1번 출구 쪽의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장애인들은 리프트 타는 것을 싫어한다. 안전에 대한 불안함, 너무 오랜 대기 및 이용 시간, 리프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인한 부담스러움 등이 그 이유이다. 리프트가 자주 이용되고 수시로 점검하는 시설이 아니다 보니 관리가 잘 안 되어 있거나 작동 중에 갑자기 멈추는 경우가 많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리프트를 이용하다 사고를 당한 뉴스 또한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이용하기 위해서는 역무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리프트가 움직이면서 큰 소리로 노래가 흘러나오니 (이 날 리프트에서는 '즐거운 나의 집'이 흘러나왔다.) 움직이는 리프트를 다들 한 번씩 힐긋 쳐다보게 된다. 이 시선이 참 부담스럽다.
명동역 1번 출구에서는 이런 리프트를 2번 타야 한다. 한 번에 한 층씩 올라가는 것 같다. 이게 끝이 아니다. 리프트를 2번 타고도 엘리베이터를 1번 더 타야 지상에 도착한다. 그런데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이 엘리베이터는 최근에 새롭게 만든 엘리베이터다. 왜 엘리베이터를 새롭게 만들면서 지하 1층까지만 설치했을까? 이동약자들이 전철 플랫폼에서부터 쉽게 이동할 수 있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엘리베이터가 아닌가? 예산 문제였을까? 아니면 지하 1층까지만 공사가 가능한 상황이었을까? 누군가 이 이유를 아는 분이 있다면 꼭 대답을 들어보고 싶다.
아무튼,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은 여러가지로 어렵고 힘들다. 비장애인들이 지상까지 올라가는데는 길어야 5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는 경우에는 리프트 2번, 엘리베이터 1번을 타고 올라가면 짧게는 20분, 길게는 30분 넘게 걸리기도 한다. 리프트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담당자를 부르고 그 담당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작동을 해 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여행의 시작부터 힘이 빼고 나면 체력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리프트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엘리베이터를 새로 설치하면 좋겠지만 비용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다. 이런 고민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늘은 도쿄에서 찾은 새로운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휠체어에 탄 채 탑승이 가능한 에스컬레이터(사진 제공: 이승일님)
바로 에스컬레이터 변형이다.
휠체어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나는 없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감탄했고 '참 많은 연구를 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컬레이터는 계단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휠체어나 유아차를 가지고 타기 어렵다. 한국의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유아차를 가지고 타지 말라는 안내까지 붙어 있다. 그런데 가볍게 들 수 있는 유아차도 아니고 휠체어라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에스컬레이터에 휠체어가 타려면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계단 형태가 변형이 되면서 휠체어가 자리잡기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도와주시는 분이 함께 탑승을 해야 한다. 이 정도의 움직임만으로도 리프트가 아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좀 더 손쉽고 빠르게 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휠체어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탄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사진으로 보면 참 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실제로 상용되기까지 많은 고민과 실험이 있었을 것이다. 두 발로 갈 수 있는 곳이라면 휠체어로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효율로 다닐 수 있다면 장애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이동약자들과 이지트립 여행을 하다보면 불편함이 많다. 그럴 때마다 이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게 된다. 어떤 때는 민원을 넣기도 하고 제안을 하기도 하고 직접 개선 작업에 나서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이미 갖추어진 환경이라고 해서 개선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위해 끊임없이 바꿔 보려고 한다.
나는 오늘도 장애인들과 다양한 곳을 여행한다. 우리가 가는 곳들은 이후에 이동약자들도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곳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여행에 참여해서 더 많은 곳들이 열린 관광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오늘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