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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파동 강작가 Jan 12. 2023

인생은 여행 같다는데..

무장애여행 1.

오늘도 산길을 또박또박 걷는 상상을 한다. 

아무도 없거나 혹은 한 두사람 스쳐 지나가는 조용한 산길을 걷다보면 하나 둘씩 생각이 정리된다. 산길을 걷는 상상을 하면서 그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자 하는 나, 인생은 여행 같다는데.. 여행에서는 오히려 복잡한만 더해 오는 건 인생이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02년, 국민 대다수가 흥분에 휩싸여 있던 해에 방송을 처음 시작했다. 막연히 PD가 되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었는데 뭘 제대로 익히기도 전에 촬영을 하기 시작했고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 방송에 송출되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리저러 휩쓸려가다보니 PD로 입봉했고 어느새 후배도 여럿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난 어정쩡했던 것 같다. 작가가 써 주는 구성안에 맞춰서 촬영하고 편집하고 방송을 내보내는 내 모습은 TV에서 보던 멋진 PD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냥 회사원 같고.. 어떤 영상을 만들던지 결론을 지어야 하는 이미 정해진 길로 가는 택시기사 같기도 했고..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사람들을 끌고 다니는 영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면서 장애인과 처음 만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장애인의 존재는 없었다. 학교나 교회, 방송판에서도 장애인과 함께 하거나 만날 기회는 전혀 없었다. 그러던 중에 자폐 2부작, 런던 장애인올림픽 특집 다큐멘터리 연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고 자주 만남을 갖게 되었다. 이 즈음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 같다. 


한국의 장애인국가대표님을 촬영하면서 영국과 독일의 장애인들의 생활을 함께 촬영했는데 너무도 차이가 나는 삶의 질에 놀라웠다. 영국 전역에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5,000여 곳이었는데 서울에는 8곳이 있다고 했다. 내가 장애인을 만날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마주칠 수 없는 환경, 갈 수 있는 곳만 가야 하는 환경, 난 이 문제에 빠져들었다. 마침 한국에서도 사회혁신,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의 새로운 기업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15년, 무장애환경을 만들어가는 기업 '모아스토리'를 설립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적은 내가 해야 할 건 자주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걷고 밥을 먹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가능한 대중교통을 찾아야 했고 산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곳을 미리 봐둬야 했고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접근성이 좋은, 턱이 없거나 경사로가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2014년에.. 

지금의 단어로 말하자면 무장애환경이 갖추어진 곳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곳, 그런 곳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10년 정도가 지난 것 같다. 


인생은 여행 같다는데 난 무장애여행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장애가 없는, 누구에게나 편안한 여행은 우리 아이와 함께 할 때도 장애인 친구와 함께 할 때도 부모님과 함께 할 때도 필요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한 환경의 여행은 현실에서는 찾기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거나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난 무장애여행을 만들어간다. 남녀노소,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편안한 여행을 선사하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도 산길을 또박또박 걷는 상상을 한다. 옆에는 휠체어를 탄 친구가 있다. 산길이지만 얼마든지 편하게 산책을 할 수 있다. 복잡한 인생 속에서 잠시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여행을 그와 함께 하고 싶다. 


- 사회적기업 모아스토리의 대표 강민기 입니다. 앞으로 제가 살아온, 살아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하나씩 하나씩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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