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경험치 상승을 위한 마음가짐

'모' 아니면 '도'로 삽니다.

by 반짝이는먼지

그냥 아연이만 보낼 걸 그랬습니다. 제주에도 키자니아가 상륙했다는 소리를 들은 지 꽤 오래되었어요. 어제저녁, 아연이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지요. 같이 키자니아 가자고요. 아연이가 너무 가고 싶어 합니다. 같이 예약해 달라고 부탁을 했죠. 전화를 끊고 조금 있으려니, 친구의 엄마에게서 다시 전화가 와요.



"언니! 찬이도 갈 거예요?" 묻네요.



머릿속에서 기나긴 회로를 타고 뭔가 빡빡하게 지나가는 것처럼 '삐리 삐리 삐리' 로봇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좁디좁은 회로를 타고 빠르게 달려가던 생각의 뭉치들이 힘에 겨웠는지 결국에 난, "찬이야! 키자니아 갈래?"라고 물었죠.



물으면 뭘 하나요, 묻는 순간 찬이와 나는 세트로 가게 될 거라는 걸 직감했는 걸요. 찬이도 키자니아 광고를 이미 본 터였어요. 가고 싶대요. 이제 곧 주말이라 잔뜩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말입니다.



일주일 동안 찬이의 컴퓨터 생활을 장 시간 빼놨으니, 이번 주말만은 쉬리라 기대를 하고 있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 거리고 싶은 그런 주말의 힐링을요. 아연이 마저 놀러 나가준다면, 나와 찬이는 골방에 박혀 노트북 하나씩 끼고 자유시간을 만끽하겠노라 은근한 상상을 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이미 이기적인 엄마가 되기로 한 이상, 이기적으로 나의 시간을 꾀차 글 쓰기에 풍덩 빠져 볼 요량이었어요.



그런데 아뿔싸! 찬이와 세트인 나의 외출이 예약이 되었습니다. 찬이가 열 살만 되었어도 나의 두 살 어린 젊음과 찬이의 두 살 어린 가벼움으로 부담 없는 외출을 했을 테지만, 이미 커 버린 엄마와 아들 세트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게다가 키자니아 진행시간이 4시간이라는 걸 보고 더더욱 부담 부담.



이제 키지니아 예약 시간까지 1시간이 남았네요. 찬이의 격한 반응까지 호응해줘야 할 에너지를 장착할 시간입니다. 무슨 대단한 시험을 보러 가는 것도 아닌데, 이다지도 만반의 마음 준비가 필요한 걸까요.



나는 여전히 발달장애가 편하지 않은가 봅니다. 과연 발달장애는 언제쯤 친해질 수 있는 걸까요. 친해진 면이 있는 것 같다가도 이런 경우엔 또다시 멀어지는 밀당의 고수인가 봐요.



이것저것 경험치가 늘어갈수록 찬이의 말 한마디가 고급스러워짐을 느끼며 오늘도 비장하게 떠나렵니다.


오늘은 아연이의 친구들까지 함께 할 예정이라 나만 창피하면 됐던 지난날과는 다른 기분입니다. 오늘만은 아연이에게까지 창피할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모 아니면 도!





여기까지 쓰고,




다녀왔습니다. 그 키자니아!!! 찬이가 체험을 잘 못 할 거 같으면, 옆에서 좀 도와주자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웬걸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방안에 아이만 들어갑니다.


긴장이 되었어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모 아니면 도의 기분으로 찬이 입장!







찬이 그냥 보통 아이인가 봐요.



대박입니다. 줄도 잘 서고, 1시간도 대기할 줄 알고, 선생님 말씀에 경청도 잘하고 이것저것 다 해봅니다. 언제 이렇게 성장한 거죠?!



계절학교를 열심히 보내서 그런가 봐요. 소그룹 활동이 이렇게 잘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더 많이 다녀야겠습니다.



엄마는 아이의 성장을 먹고사는 존재인가 봐요. 오늘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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