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왜 새벽에
손전등을 들고 홀로
이곳에 오게 된 것인지
왜 안개에 싸인 숲에 이끌려
카메라를 둘러메고 있는 것인지
가슴엔 왜
금이 가 있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정상에 올라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향해
셔터를 눌러댈 때까지도
산은 여전히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산은 다만
보여줄 뿐이었다.
영겁의 흐름 속에서도
의연히 서 있는 봉우리들을
안개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고요한 숲의 자태를
온몸에 금이 간 바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형상으로
호흡하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