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룸 Jul 08. 2021

대둔산에서

산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왜 새벽에 

손전등을 들고 홀로

이곳에 오게 된 것인지

왜 안개에 싸인 숲에 이끌려

카메라를 둘러메고 있는 것인지

가슴엔 왜

금이 가 있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정상에 올라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향해

셔터를 눌러댈 때까지도

산은 여전히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산은 다만

보여줄 뿐이었다.

영겁의 흐름 속에서도 

의연히 서 있는 봉우리들을

안개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고요한 숲의 자태를

온몸에 금이 간 바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형상으로 

호흡하고 있는지를



매거진의 이전글 9월의 연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