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머싯 몸
서머싯 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이야기 전개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도 역시 쉽게 읽히고 술술 빠져들게 만든다.
<면도날>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달과 6펜스>가 오버랩된다.
'6펜스'로 상징되는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세계, '달'로 상징되는 꿈과 정신의 세계.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대립 구도가 병치된다.
'엘리엇'을 필두로 한 세계와 '래리'의 세계가 그것이다.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가 곧 서머싯 몸이 천착한 주제의식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엘리엇'과 같은 삶의 방식을 추종한다. 좀 더 많은 돈, 좀 더 높은 지위, 좀 더 알아주는 권위……. '래리'와 같은 삶을 추구하는 건 소수일 수밖에 없다. 힘든 길이고, 아무나 그런 길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래리'처럼 되기 위해서는 정신 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신 무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래리'와 같은 삶을 살려고 한다면 절망밖에 남는 게 없다.
'래리'는 가진 돈을 다 버리고 나서,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게 없는 해방감과 자유를 느낀다. 아무나 실행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엘리엇'과 같은 삶에서 물질적인 무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래리' 같은 삶을 위해서는 정신적인 무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서술자로 등장하는 작가 서머싯 몸은 그 중간자적인 삶의 자세를 피력하고 있다. '정신과 물질의 조화를 추구하는 삶'. 그러면서 '래리' 같은 삶에 경외감을 표하고 있는 듯하다. <달과 6펜스>의 모델 '고갱'의 삶에 그러했듯이.
다시 문제는 이것이다.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 혹은 '어떻게 살 것인가'. 죽는 날까지 벗어나기 힘든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제목 : 면도날
지은이 : 서머싯 몸
옮긴이 : 안진환
펴낸곳 :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