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서니 스토, 지그문트 바우만
어디를 가든 소음이 있기 때문에 이제 사람들은 소음이 없으면 오히려 불편해질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Musak'(상점, 식당 등에서 배경음악처럼 내보내는 녹음된 음악)라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상점, 호텔, 배행기, 심지어는 엘리베이버까지 침범했다. 운전하는 동안을 휴식 시간으로 여기는 운전자들이 있는데, 그 시간만큼은 찾는 사람 없이 혼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차에든 장착된 라디오와 시디 플레이어는 사람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무슨 소리든 들으려 한다는 증거다. 뿐만 아니라 운전하는 동안이라 해도 누군가 전화를 걸어온다면 언제든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앤서니 스토, <고독의 위로> 중에서 -
인간은 환경을 만들고, 환경은 인간을 지배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환경이 되었고, 우리는 그 환경에 꼼짝없이 붙들려 살아간다. 그러나 머리가 많이 아플 수밖에 없다.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듯, 문화적 진화는 빠르게 진행되는데 비해 생물학적 진화는 더디기 때문이다. 저 구석기, 신석기라는 엄청나게 긴 기간 동안 인류는 긴 고독 속에서 자연과 대면하며 살아왔다. 그 고독이 우리 뇌에는 프로그램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 도시사회는 낮이고 밤이고 간에 휘황찬란하고 낮이고 밤이고 간에 온갖 소리들이 그치지 않는다. 고독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관계에만 집착한다. 문화적 진화를 따라잡기 위해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문화적 진화의 산물은 대부분 고독에서 나왔다. 잠시 거리를 두고 성찰할 때만이 현재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인식에 도달할 수 있다.
결국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쳐나가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린다. 놓친 그 고독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그러한 고독의 맛을 결코 음미해본 적이 없다면 그때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놓쳤으며 무엇을 잃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을 것이다. - 지그문트 바우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중에서 -
고독의 가치는 성찰을 동반한다는 데 있다. 그냥 세상이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뒤를 돌아다보며, 옆을 둘러보며 뭐가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바꾸면 더 좋을지를 가늠함으로써 좀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고독이 없는 삶은 눈앞의 욕망만을 좇게 되고, 그 눈앞의 욕망이라는 것은 언뜻 자신의 욕망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의 흐름이 만들어낸 욕망들이다. 위 책에서 말한 '권위에 대한 복종'. 그래서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독의 시간이 없으면 세상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다가 부딪치고 멍들고 그것을 운명의 힘이라고 체념하게 될 공산이 크다. 고독의 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성격을 확고히 하고 살아간다면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결단을 통해 살아갈 수 있으리라.
제목 : 고독의 위로
지은이 : 앤서니 스토
옮긴이 : 이순영
펴낸곳 : 책읽는수요일
제목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지은이 : 지그문트 바우만
옮긴이 : 오윤성
펴낸곳 : 동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