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와 권리

by 이룸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여느 때처럼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로 포털 사이트 창을 열었는데, 화면에 내가 촬영한 사진이 보이는 것이었다. 개 한 마리가 앞을 응시하고 있고, 강아지 두 마리가 그 옆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사진이었다. 변산반도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만난 개와 강아지들이었다. 클릭해 보니 어떤 여행업체에서 홍보하는 글이 나왔다. 엄마 개 옆에서 귀여운 강아지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하다고 생각하여 선택한 것 같았다.


나는 그 사진을 1년 전쯤에 스톡사진 판매 사이트 한 곳에 업로드했었다. 그 사진이 여행업체에 얼마에 팔렸을지 궁금하여 스톡사진 판매 사이트에 접속하고 수익 내역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 사진이 판매된 적이 없었다. 뭐지?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가슴이 쿵쾅거렸다. 판매되지도 않은 사진이 왜 여행업체를 통해 사용되고 있는 거지? 스톡사진 판매 사이트에 전화를 걸었고, 정황을 얘기했다. 알아보고 나서 응답을 주겠다고 했다. 몇 시간 뒤에 연락이 왔다. 여행업체가 이미지를 도용한 것이 맞으며, 조치를 취한 다음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포털 사이트 창을 다시 열었더니 내가 촬영한 사진이 이제 보이지 않았다. 며칠 뒤에 스톡사진 판매 사이트에서 연락이 왔다. 응당한 조치를 취했으며 피해 보상금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다음 날 25만 원 정도의 피해 보상금이 수익 내역에 들어왔다.


상품에 대한 권리는 그것을 만든 사람에게 주어진다.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설과 재료와 노고 등이 들어가야 하므로 상품을 만든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받을 수는 없고, 그것을 사고자 하는 사람과의 합의에 의하거나 시장에서 조율된 바에 따라 가격은 결정된다.


예술이나 학술과 관련된 창작물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게 마련이므로 창작자는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부여받는다.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시장에 내놓았을 경우 그것을 소유하거나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사용가치와 가격을 비교해 본 다음 구입할지 말지를 결정하면 된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무단으로 가져다 쓰는 것은 도둑질에 다름아니다.


물론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내놓는다면 누구나 마음껏 이용해도 된다. 허락 조건을 명시해 놓은 경우에는 그 조건 내에서 이용하면 될 일이다. 그 두 가지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창작자가 공들여 만든 창작물에 대하여 적정한 대가를 받고자 하는데,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가져다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 누가 공들여 창작하고 싶겠는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백화점이든 마트든 다른 사람의 집이든 상관없이 들어가서 가져오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세상에는 지켜야 할 법이 있고, 상업 활동에서는 상도라는 게 있다. 창작물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법과 도덕을 지키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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