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중순, 한여름의 오후. 진혁이 도서관에서 막 나와 걷고 있을 때였다. 왼편의 도로에서 경찰차가 천천히 운행하고 있었다. 진혁의 발걸음에 맞추어 움직이는 게 확연했다. 진혁이, 뭐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경찰차가 조금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가 싶더니 멈춰 섰다. 통통한 경찰과 홀쭉한 경찰이 차에서 내려 보도로 올라섰다. 둘 다 삼십대의 나이로 보였다.
“실례합니다.”
홀쭉한 경찰이 거수경례를 했다. 진혁은 걸음을 멈췄다.
“네? 무슨 일로…….”
“신고가 들어와서요.”
이번에는 통통한 경찰이 입을 열었다
.
“신고요? 저에 대해서?” 진혁이 의아해하며 눈을 치떴다.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미니스커트.”
홀쭉한 경찰이 진혁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게 왜요? 뭐가 문제죠? 남자는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그런 법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유발하면 문제가 되어서요.”
통통한 경찰이 능글맞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불쾌감 유발? 신고한 사람이 누굽니까?”
“신고한 사람의 신원은 밝힐 수 없습니다.”
홀쭉한 경찰이 대답했다.
“도서관에 있을 때 신고가 들어왔나요?”
“네, 그렇습니다.”
홀쭉한 경찰이 다시 대답했다.
“도서관에서 책은 안 보고 내 몸을 힐끔거렸고만. 남자예요, 여자예요?”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안 중요하긴 뭐가 안 중요해요!” 홀쭉한 경찰의 말을 자르며 진혁이 소리쳤다. “남자라면 필시 수구꼴통 같은 놈일 것이고, 여자라면 질투심을 억제하지 못해서일 텐데.”
“질투……심요?”
통통한 경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몸매에 자신이 없어서 미니스커트를 입지 못하는 한풀이겠죠.”
“선생님 몸매도 그닥 훌륭해 보이지는 않는데…….”
통통한 경찰이 진혁의 다리를 쓰윽 훑어보며 말했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맞아요, 맞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진혁이 이번에는 홀쭉한 경찰의 말에 동조했다. “중요한 건 이런 무더운 날씨에는 여자냐 남자냐, 몸매가 좋냐 안 좋냐를 떠나서 누구든 미니스커트를 입을 권리가 있다, 이 말입니다.”
“아, 덥긴 더워요.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요.”
통통한 경찰이 인상을 찡그리며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날도 더운데 땡볕 아래서 이러지 말고 그늘 아래로 가서 얘기합시다.”
진혁이 공원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게 좋겠네요.” 홀쭉한 경찰이 말을 받았다. 그러곤 통통한 경찰을 향해, “내가 차 이동시킬 테니까, 함께 걸어서 와.” 하고 말하자 통통한 경찰이 고개를 끄덕였다.
홀쭉한 경찰이 자동차로 향했고, 진혁은 통통한 경찰과 함께 공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진혁이 통통한 경찰에게도 우산을 드리우자 통통한 경찰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나저나 용기가 참 대단하십니다. 미니스커트에 양산에…….”
“양산 아니고 우산이에요. 햇볕도 막고 비 오면 비도 막고 일석이조죠. 선입견, 고정관념, 이런 게 문제라고 봅니다. 우산이라고 해서 꼭 비 올 때만 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렇듯이 미니스커트라고 해서 꼭 여자만 입으라는 법 없잖아요.”
“그래도 세상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게 있는 거니까…….”
“일반적으로 통용된다고 해서 꼭 그렇게 해야 합니까? 너도나도 일반적인 삶을 쫓다보니까 자동차도 많아지고 에어컨도 많아지고…… 그래서 온난화가 심해지는 거잖아요. 저는 멀리 갈 때가 아니면 걸어다니고 집에서 에어컨도 없이 살아갑니다. 그런 큰 문제에 비하면 남자가 미니스커트 입는 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맞는 말씀입니다만…… 신고가 들어오면 우리로서는 출동을 안 할 수가 없어서…….”
통통한 경찰이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진혁은 통통한 경찰과 함께 공원 입구로 들어섰다. 홀쭉한 경찰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혁은 그늘로 들어서면서 우산을 내려 접었다. (#2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