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별놈이 다 있어 #3

by 이룸


마담이 자리에서 일어나 배꼽인사를 하더니 원피스를 벗고 연이어 속옷도 하나씩 몸에서 제거했다. 그러자 종업원도 투피스와 속옷을 몸에서 떠나보냈다. 마담이 살을 출렁이면서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그가 바지와 팬티를 벗고 나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넌 뭐하냐?”


“예? 저도 벗어요?”


그가 다시금 인상을 찡그렸다.


“새끼가 분위기 파악 못하네. 넌 미친 듯이 놀아보고 싶을 때 없어? 돈은 내가 다 낼 테니까, 넌 화끈하게 놀기만 하면 돼. 문명의 억압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원시의 생명력을 활활 불태워보자, 이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알겠다. 그런데 내키지 않는 상황에서 왜 내가 당신의 기분대로 따라해야 하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말을 그러나 나는 삼켰다.


“늘 그냥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에이그, 그러니까 네가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혼자 사는 거 아니냐.”


그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덧붙였다.


“참, 세상엔 별놈이 다 있어.”


다시금 모멸감이 훅 끼쳐왔다. 그가 나를 대상으로 이 말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웃을 수가 없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3년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의 말과 행동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쉬이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이혼을 결심했다는 것 때문에 정신적 충격이 큰 것 같으니 모멸감이 들지언정 그의 기분에 맞춰주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벗기 시작했다.


돌아가면서 노래를 한 곡씩 불렀고, 그 다음에는 댄스곡을 틀어둔 채로 춤을 추었다. 모두가 알몸인 상태로 몸을 흔들어대는, 몇 시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이한 광경 속에 나는 놓여 있었다. 마담은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닌데 뭘’ 하고 말하듯이 관광버스춤을 하염없이 추고 있었고, 종업원은 ‘돈을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라는 느낌이 물씬 풍겨 나오는 몸짓을 반복했고, 그는 ‘돌아버리겠다’고 절규하듯이 뱅글뱅글 연거푸 돌고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두가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언젠가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 왜 불안정한지 알아? 다리가 두 개잖아. 새도 다리가 두 개지만 새에게는 날개가 있잖아. 그래서 사람은 네발짐승처럼 안정적인 자세로 살아가기를 꿈꾸기도 하고, 때로는 날개 달린 새처럼 되기 위해 모험에 나서기도 하지. 안정이냐 모험이냐, 그 사이에서 사람은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며 살아가는 셈이지.” 그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양손을 펼쳐들고 날개를 파닥이는 시늉을 해댔다.


관계를 갖는 값으로 30만 원씩이 나갔고, 그는 별짓을 다 했다. 종업원의 몸 구석구석을 물고 빨고 핥았으며, 온갖 자세로 관계를 가졌다. 종업원은 여전히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의 표정으로 몸을 움직였다. 나로 말하자면, 입을 헤 벌린 채 마담이 행하는 대로만 몸을 맡기고 있었다. 마담과의 행위보다도 그가 보여주는 행태가 더욱 자극적이었다. 3년여의 기간 동안 그가 했던 많은 철학자들의 말들은 들을 때는 멋지지만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그러나 지금의 그의 행태는 두고두고 삶에 대한 나의 인식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사람이란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존재구나, 사람이 허물어지는 건 한순간이구나, 누구나 별놈이 될 수 있는 거구나, 누구에게나 별놈의 속성이 잠재해 있는 거구나, 별놈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별놈과 별놈 아님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이란 말인가……. 출렁이는 마담의 살덩이처럼 내 머릿속이 어수선하게 물결치고 있었다.


***


그가 이혼을 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며칠 뒤에 뉴스를 통해서였다. 언제나처럼 문방구점에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어느 대학교수의 일탈과 추락’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어 클릭해 보았다.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다가 들통나 대학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고, 아내로부터는 이혼을 당한 대학교수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 실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K교수, 나이, 대학의 이니셜 등을 종합해 보면, 거기에다가 별놈의 짓을 선보였던 그날의 행적까지 고려해 보았을 때 분명 그였다.


그날, ‘유혹’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밖은 이미 동이 터오고 있었다. 5월의 신선한 새벽 공기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하는 의문부호가 되어 살갗에 부끄럽게 와 닿았다. 그는 심란한 눈길로 눈앞을 바라보다가 “잘 가게.” 하고 평소 대화할 때의 방식으로 돌아와 말했다. 몹시도 착잡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음성이었다. “편히 쉬세요.” 하고 나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발걸음을 옮기며 뒤돌아보니 그는 여전히 우두커니 선 채 망연히 눈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네발짐승 같은 안정감이 없고, 그렇다고 새처럼 훨훨 날아다닐 날개도 지니지 못하여 몹시도 초라한 두발짐승이 거기 있었다. 또 하나의 두발짐승인 나는 다시 몸을 돌려 휘청휘청 걸음을 옮기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보금자리로 향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