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그것은 불가능한 일)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해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중략)…… 인간이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과해 가야 하는 저 엄청난 고독들 속에는 어떤 특별히 중요한 장소들과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 장소, 그 순간에 우리가 바라본 어떤 고장의 풍경은, 마치 위대한 음악가가 평범한 악기를 탄주하여 그 악기의 위력을 자기 자신에게 문자 그대로 ‘계시하여’ 보이듯이, 우리들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다.
장 그르니에의 <섬>에 나오는 글입니다. 우리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인식하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슴에 와 닿는 말입니다. 우리 안에는 많은 잠재력이 있지만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일정한 시공간 속에서 살아가게 되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있어서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채로 시간은 흐르고 생각은 굳게 되지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생각이 싹을 틔웁니다. 인식의 지평이 넓어집니다.
여행지 중에서도 섬, 섬 중에서도 큰 섬 말고(큰 섬은 지도상으로는 섬으로 인식되지만 육안으로는 섬으로 인식되지 않으므로) 작은 섬이 저에게는 매혹적으로 느껴집니다. 외로운 존재인 나 자신과 동일시된다고나 할까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섬은 쓸쓸한 느낌을 불러일으키지만 섬진강 옥정호에 자리 잡은 붕어섬은 쓸쓸함보다는 충만함을 느끼게 합니다. 산과 산 사이로 흐르는 강, 그 강 한가운데에 솟아 있는 붕어 모양의 섬. 가을에 물안개까지 피어오르면 환상적인 운치가 더해집니다. 작고 외로운 섬이지만 주변의 풍광과 어우러지며 충만한 아름다움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나도 그러한 세계를 창출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붕어섬의 사계절 사진을 액자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