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쓸 때 작가는 시점을 정합니다. 1인칭으로 할 것인가, 3인칭으로 할 것인가. ‘나’가 등장하면 1인칭이고 ‘나’가 등장하지 않으면 3인칭입니다. 2인칭 소설도 있지만 드뭅니다. ‘나’가 등장하면서 주 인물이면 ‘1인칭 주인공 시점’, ‘나’가 등장하지만 주 인물이 따로 있으면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하죠. 1인칭 시점은 서술자가 작품 안에 있습니다. 3인칭 시점은 서술자가 작품 밖에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3인칭의 인물들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만 전달하면 ‘작가 관찰자 시점’, 인물들의 심리까지 모두 서술하면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하죠.
소설에서 ‘거리’란 서술자나 독자와 이야기 속 인물과의 심리적인 간격을 의미합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몰입도가 커집니다. 거리가 멀수록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면서 객관적으로 보게 됩니다.
많이 다르지만, 사진에서 소설에서의 시점과 비슷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초점입니다. 가령 단체사진을 촬영할 때 어떤 인물에 초점을 두고 촬영하느냐에 따라 사진은 달라지겠죠. 한 인물을 촬영할 때도 얼굴, 상반신, 전신, 뒷모습……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느낌은 달라질 것입니다. 인물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겠죠.
통상적으로 망원렌즈(초점거리를 길게 만든 렌즈)로 촬영할 때 조리개를 개방해서(낮은 조리개 수치로) 촬영합니다. 소설에서의 1인칭 관찰자 시점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촬영자가 프레임 안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촬영자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주 피사체가 부각되고 나머지는 흐릿하게 처리됩니다(아웃포커스).
광각렌즈(초점거리를 짧게 만든 렌즈)로 촬영할 때는 조리개를 조여서(높은 조리개 수치로) 촬영합니다. 소설에서의 작가 관찰자 시점과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주 피사체 뿐 아니라 주변의 피사체들까지 선명하게 보이게 함으로써 전체적인 형태와 분위기를 객관적으로 조망하게 하죠.
셀프카메라의 경우 1인칭 주인공 시점과, 장면을 연출하여 촬영할 경우 전지적 작가 시점과 비슷하다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정해진 법칙은 없습니다. 소설에서의 시점도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것처럼, 사진에서의 초점도 촬영자의 의도나 기획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위 사진은 2012년 4월 아침에 공원에서 풀잎에 맺힌 이슬을 촬영한 것입니다. 초점거리는 70mm, 조리개 수치는 F/8입니다. 이슬 한 방울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이슬은 보케(빛 망울)로 표현했습니다. 주변의 이슬들까지 모두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초점거리를 짧게 하고 조리개 수치도 높여서 촬영하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