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향하여

by 이룸


When your day is long

And the night, the night is yours alone

When you're sure you've had enough

Of this life, well hang on

Don't let yourself go

'Cause everybody cries

Everybody hurts sometimes

당신의 하루가 길다고 느껴지고 밤에 혼자라고 생각될 때

이번 생에서 겪은 일들이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더라도

참고 견뎌봐요 스스로를 놓지 말아요

누구나 눈물을 흘리고 때때로 누구나 아픔을 겪으니까요


미국 록그룹 R.E.M.의 <Everybody hurts> 앞부분입니다. 왜 나만 외롭고 힘든 걸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남들은 모두 잘사는 것 같은데 내 삶은 왜 이런 걸까. 그런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되면 생각에 잡아먹히게 되고,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상태로 지내게 되며, 상태가 깊어지면 스스로를 해치는 행위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율이 부동의 1위라고 합니다. 급속한 발전, 그에 따른 치열한 경쟁, 승자독식 체제 등에서 파생된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학교 현장에서부터 그러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고등학교 정문 위에 ‘서울대 ○명 합격, 의대 ○명 합격’ 같은 플래카드가 내걸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소수를 배출하기 위해 학교가 있다는 인상마저 줍니다. 영광의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의미 없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마을 어귀 같은 데서 ‘○○○의 차녀 ○○○, 행정고시 합격’, ‘○○○의 3남 ○○○, 장성 진급’ 같은 플래카드도 종종 보게 됩니다. 잘나가는 사람들만 부각되는 세상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처럼 부각되기 위해 애쓰기도 합니다. ‘있어빌리티’(그럴듯하게 꾸며진 사진을 통해 자신을 과시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습니다.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떠받들어지고, 그러면 오만방자해지기 십상입니다. 권력을 이용해 사적 욕망만 부풀리기도 합니다.


개개인의 삶은 그 사회의 체제와 분위기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평등한 권리와 의무 속에 사는 사회가 좋은 사회이지만 요원하기만 합니다. 그런 체제와 분위기에 휩쓸려 살게 되면 약강강약(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의 태도가 몸에 배게 됩니다.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부터, 그러한 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황폐한 땅에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이다 보면 초록빛 숲이 됩니다.

진정 새로운 시작은 나도 남들처럼 높은 자리에 올라야지, 많은 돈을 벌어야지, 하는 다짐으로가 아니라, 나보다 약한 존재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지, 강한 존재에게도 떳떳한 태도를 잃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으로부터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위 사진은 2015년 9월에 촬영했습니다. 아중저수지 옆에 위치한 양묘장에 아침 일찍 갔었는데, 나 말고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계단 위로 하늘이 열려 있는 장면을 보면서, 저 계단 위에서 인물이 포즈를 취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기를 내어 여인에게 제안했더니 선뜻 응해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헤어졌는데, 벌써 10년이 지났군요.


혹시 여인 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연락주세요. 액자를 드리고 싶습니다. 연락처는 <작가소개> 화면에서 보이는 URL을 누르면 나오는 블로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