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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고민이다.
이제 마흔 살이 되었다. 나이 들수록 방귀 뀌는 횟수가 잦아진다. 집에서야 마음껏 괄약근을 이완시키며 뿌웅뿌웅 뀌어대지만, 회사에서나 그녀와 함께 있을 때면 그럴 수가 없다. 가끔씩 밖으로 나와 사람들 없는 곳에서 해소하기는 하지만, 항상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의식적으로 방귀를 뀌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오히려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빨리 잠들어야지, 생각할수록 잠이 오지 않는 이치처럼. 그럴 땐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의약품 대리점에서 외근사원으로 일할 땐 밖으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지만, 병원의 원무부에서 일하게 된 이후로는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뱃속이 더부룩하게 느껴질 때가 많고, 자꾸 올챙이배가 되어간다. 옷을 벗고 전신거울을 들여다볼 때면 참담한 기분이 들고 헛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임신한 것도 아닌데 이게 뭐람. 그녀와 단둘이 있을 때면 힘을 주어 배가 튀어나와 보이지 않게 하려 애쓴다.
간호사로 일하는 그녀와 사귄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조만간 청혼을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는 있지만, 지금은 그녀의 원룸과 나의 원룸을 오가며 지내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소화(消化)와 관련해서 잠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녀는 35년간 살면서 단 한 번도 방귀를 뀌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그녀에 의하면, 방귀란 너무 많이 먹거나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적당히 먹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방귀가 나올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밥을 먹을 때 그녀는 반 공기 정도를, 밥알을 세듯이 천천히 먹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35년간 단 한 번도 방귀를 뀌지 않았다니……. 언젠가 결혼한 지 20년 되었다는 한 여인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부싸움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며, 왜 부부싸움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혀를 내두른 적이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들었을 때만큼이나 놀라움을 금할 길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나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면 그녀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좀체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은 청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녀 앞에서 방귀가 새어나온 적은 없다. 그녀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를 만나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엄습하기도 한다. 서로 거리낌 없이 방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여자. 그러나 그런 여자를 만나게 된다면 과연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들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치면 절로 한숨만 나온다.
모든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원천은 원활한 신진대사라고 나는 알고 있다. 자연계의 다른 생물들은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는데, 오직 인간만이 그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듯하다. 문명이라는 이름은 깔끔하고 화려한 것만을 선호하기 때문이리라. 그렇지 못한 것은 감추거나 숨겨야 한다. 그러나 해소되지 못한 본능은 몸과 정신에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의약품은 자꾸 개발되고 병원은 번성한다.
문명의 세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 본능을 원만히 해결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고민에 휩싸인 채 오늘 하루도 살아가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