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약근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 #2

by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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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잊을 수 없다.


내가 방귀를 뀌었다. 물론 숱하게 방귀를 뀌어왔지만, 뀌지 말아야 할 순간에 뀐 게 문제였다. 나는 서른 살이었고, 첫 직장인 의약품 대리점에 다닌 지 3년째였다. 그녀는 나보다 세 살이 어렸고,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나는 외근부에서, 그녀는 관리부에서 일했다.


그녀와 나는, 말하자면, 썸을 타는 관계였다. 좋게 말하면 조심스럽게 서로를 살펴보는 사이였고, 안 좋게 말하면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사이였다. 틈틈이 커피숍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간혹은 공원을 산책하거나 영화를 보았다.


그날, 그녀가 그녀의 친구와 함께 커피숍에 나왔다. 네가 볼 때는 이 남자가 어떤지 살펴보라는 임무가 주어진 게 확연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썼다. 평소보다 더 자주 웃었고 말도 많이 했다. 수줍음 많고 다소곳한 그녀와 달리, 그녀의 친구는 활달해 보였고 웃음도 많았다.


커피숍을 나와 셋이서 함께 공원을 거닐었고, 그러다가 그녀와 그녀의 친구는 벤치에 앉았으며, 나는 그 앞에서 신나게 조잘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부우웅, 하고 방귀 소리가 합류한 것이었다. 스무 살 때 첫사랑에 대한 신비로움에 균열을 일으켰던 바로 그 소리. 긴장하고 있지 않을 때,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무방비 상태로 괄약근이 열리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바로 그 소리, 부우웅. 그녀의 친구는 푸하하하, 유쾌하게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어정쩡한 미소를 머금었다. 웃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친구가 유쾌하게 웃으며 바라보니 거기에 호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느낌으로 짓는 미소였다. 나로 말하자면, 어떻게도 수습할 길 없는 상황 앞에서 망연해졌고, 그렇다고 해서 하던 얘기를 갑자기 중단하면 분위기가 더 어색해질 것 같아 말을 이어가고는 있었지만, 잘 보이기 위한 그 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는 생각에 압도되어 착잡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지금도 그때 내가 어떤 얘기를 조잘댔는지는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젠장맞을 방귀 소리에 모든 것이 제압당하고 말았다. 그녀의 친구 얼굴도, 그녀의 얼굴마저도 가물가물하지만 그 소리가 나오던 상황만큼은 또렷이 떠오른다.


이후로도 그녀와 나는 계속해서 썸을 탔지만, 언제부턴가 관계가 흐지부지되었다. 물론 그것이 전적으로 그날의 그 사건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분명 그 사건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