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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녀가 방귀를 뀌었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었다. 내 자취방에서 나는 벽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그녀는 졸리다며 책상에 앉아 엎드려 있었다. 그러니까 그 소리는, 안 나오게 하려고 괄약근에 힘을 주지만 몸 둘 바 모를 겸연쩍음으로 좁은 틈을 비집고 새어나오는 피- 소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누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마음껏 가스를 분출할 때 터져 나오는 각양각색의 무자비한 소리도 아니었다. 그것은 긴장하고 있지 않을 때,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무방비 상태로 괄약근이 열리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우웅, 소리였다.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그녀도 스무 살이었다. 말하자면 첫사랑이었다. 그녀와 나는 대학의 독서 모임에서 만났다. 나는 여자 인간에 대하여 일종의 신비로움 같은 걸 지니고 있었다. 이는 분명 교육제도 탓일 게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중학교가 남녀공학이지만, 당시만 해도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부분이 남학교, 여학교로 구분되어 있었다. 지금도 고등학교는 대부분 남학교, 여학교로 나뉘어 있는데,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
그러니까 그 소리는, 내가 지니고 있던 신비로움에 처음으로 균열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내가 방귀 뀌었지?”
그녀가 엎드린 채로 확인하듯 물었다. 소리가 컸기 때문에 뻔히 내가 들었으리라는 것은 자명했고, 그냥 모른 체 넘어간다면 양심에 거리낄 것 같아, 민망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어 자백하는 목소리였다.
“응.” 하고 나는 대답했다. 아니, 못 들었는데,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안 들을 수가 없는 소리였고, 그녀가 자백까지 한 마당에, 균열 난 신비로움을 원상 복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전까지의 그녀가 예쁘고 귀여운 여자였다면, 이후로는 방귀도 뀌는 여자로 내 안에 자리매김되었다. 그리고 차츰차츰 균열은 커져갔다.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는 횟수가 잦아졌으며, 그러다가 어느 순간 헤어졌다. 그러니까 그 소리는, 신비로움과 실제 사이에는 많은 간극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