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불능자1-2
나는 관찰 중에 한 가지 반복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말에 쉽게 상처받았고,
작은 충돌에도 버럭 화를 냈고,
억울하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들에게 "왜 그렇게 반응했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은 "그냥 너무 화가 나서요"라고 말했다.
그 “그냥”이 문제였다.
그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해석도, 성찰도, 선택도 없었다.
그저 자극에 대한 반응만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은 스스로를 ‘자기 결정적 존재’라기보다
‘신경 반사체’에 가깝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의 감정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었고,
그들의 반응은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나는 그 지점에서 인간의 윤리 실패가 시작된다고 보았다.
그들은 ‘의식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자동화된 회로’를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시스템1과 시스템2로 구분했다.
시스템1은 빠르고 직관적이며 감정 기반이다.
시스템2는 느리고 분석적이며 인지적이고 의식적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시스템1에서 살아간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수치심을 느낄 때,
자기 가치가 위협받을 때,
시스템2는 즉시 에너지를 차단하고 후퇴한다.
그 자리를 시스템1이 점령한다.
그리고 시스템1은 늘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
습관, 과거의 상처, 자동화된 감정 기억,
학습된 방어기제와 편향된 해석 구조.
모든 판단이 고속도로처럼 그 회로를 달린다.
이 회로에 갇힌 인간은
‘자기가 느낀 감정’을
진실이라고 믿는다.
‘자기가 반응한 방식’을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비판하려고 하면,
대개 이렇게 말한다.
"내 감정은 틀린 게 아니잖아요."
"그 상황에선 누구라도 그렇게 느꼈을 거예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났는지, 당신은 몰라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