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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Aug 13. 2016

제주도에서 생각한 명왕성

루시드폴 콘서트를 다녀왔다. 노래를 다 알고 가지도 않았고 이렇게 마음 가까이에 와 닿을지도 몰랐다. 흔한 표현이지만 '너무 좋았다'. 시를 쓰고 싶어 졌다. 대학교 졸업반 때 시 비슷한 걸 조금씩 썼었는데, 그때의 동심(나에게 있어 시를 쓴다는 건 동심이라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진하고 깊은, 오롯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을 다시 내 마음속에서 길어낼 수 있을까. 아마도 이제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나도 저렇게 내 주변의 관찰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랫말을 하나하나 흘리지 않고 다 들었다. 내 이야기 같기도 했다. 그렇게 내 이야기에 맞닿는 순간엔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슬퍼서는 아니었다. 사물과 동물, 식물에 기대어 그것들을 바라보며 하는 루시드폴의 이야기는 내가 늘 친구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어제 별똥별을 보며 밤하늘을 오래 생각했기 때문인지 '명왕성'은 특히나 가슴에 남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ASAPFLQjs4E


어느새 날이 저물고 달도 뜨지 않는 이 밤, 검푸른 숲 속 풀숲가에 작은 별빛 하나가 울고 있었어. 무척 어려운 이유로 이제 날 잊었다고들 해. 나를 부르며 차가운 몸을 이끌고 안녕, 안녕 인사했지만. 이젠 들리지 않는 것 같아. 멀리서 애타게 전하는 내 마음은 깊고 어두운 하늘의 벽에 부딪히며 타버리는 별똥별이 되었지. 오늘 같은 밤하늘을 보며 기도하듯 날 찾던 아이들 모두 어른이 됐다지. 그렇다고들 했어. 그 누구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 밤. 가장 멀리 있어도 가장 빛나고 싶던 이 조그만 몸은 갈 곳이 없으니 난 다시 홀로 허공에 남아버렸어.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길, 공항 앞을 지나고, 연동을 지났다. 시내를 쭉 돌아보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구석 어딘가에 숨겨두고 열쇠로 잠가놓은 상자 속 추억 같은 게 떠올랐다. 모두가 떠났고 안녕, 안녕 인사를 한 사람도 있었지. 나도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스럽게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어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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