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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Aug 13. 2016

제주도 밤 하늘의 별똥별

어제는 별똥별이 떨어지던 날이었다. 


별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지만, 잘 모르는 만큼 막연하게 그저 좋아하는 마음은 크다. 예쁘기 때문이다. 

'예쁘니까 좋아'라는 말은 마치 아무 생각도 없이 겉모습만 탐한다는 말처럼 들려서 사람들로 하여금 편견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예쁜 게 좋다. 그리고 그 말을 깊이 들여다보면 '바라만 봐도 좋아'라는 순수하다고 여겨지는 마음의 원래 모습이 있다.

내가 무언가를 바라보았을 때 그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보다 단순하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어서일지도 모른다.


별이 예쁘다고 생각을 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그동안은 별은 정말 먼 얘기로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죽전 밤하늘에서는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으면 정말 잘 안보이니까. 몇 개 볼 수 있다 해도, 먼지만큼 작게 보이는 점 하나로만 보이니 말이다.


그러던 중 친구도 만날 수 없고 나의 이야기와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주변에 없었던 쓸쓸한 밤이 되면 죽전동 집 옥상에서 하늘을 봤다. 의외로 밤하늘엔 무언가가 있었다. 달에는 토끼가 있는 듯, 누군가가 있는 듯했다. 별은 하나에서 두 개, 두 개에서 세 개로 내 눈에 들어왔다. 몇억 광년이라는 너무 먼 곳의 무언가였지만 바라보면서 친구가 되었다.


그때 그 옥상에서 바라보던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이런 것들밖에 내가 향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슬프기도 했다. 외롭다고 할 일은 아니고 그냥 슬펐다. 그래도 그런 하늘을 보는 것은 매우 아름다워서 기분이 좋았다.


두 달 정도가 지나 제주도에 와서 별똥별이 떨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저녁 늦게 회사에 갔다. 이슬이 올라온 회사 오름에 신문지를 깔고 누웠다. 별똥별이 떨어진대. 별이 쏟아진대. 바람으로 덮인 이불은 추웠지만 하늘은 가까웠고 마음은 따뜻했다. 정말 별은 많았고 조금씩 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행기와 비슷한 무언가를 타고 대기권 위로 올라가 우주로 여행을 온 기분이 들었다. 


한 시간 동안 누워있었을까. 다섯 개의 별똥별을 보았다. 사실 별을 보는 것도, 달을 보는 것도, 빛나는 밤하늘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이루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더더욱 별똥별을 보고 싶었다. 사실 내 바람은 그것이었다. 별이 나의 소원을 이루어주었으면. 초등학교 때부턴가 추석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는 했다. 현실의 인과관계를 배우고 살아간 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때 가졌던 마음은 왠지 그때와 그대로인 채 자라지 않았다. 


막상 별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였을 땐 어-어- 하면서 놀라고는 해서 막상 내 마음속 깊은 곳의 희망사항은 다 까먹고 있었다. 뒤늦게 별똥별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며 내 소원을 곱씹어 보았을 뿐이다. 한시간 쯤 별을 보았을 때, 동료가 켠 핸드폰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내가 죽전동에서 밤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슬프다고 생각을 했을 때 정말로 나를 위로해준 노래였다. 별빛처럼 어두운 내 맘에 스며들어. 내 눈앞에서 가로로 떨어지던, 아래로 휘어지던 별빛들은 오름에 누워있던 내 맘에 스며들었다.

초등학교 때처럼 어김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 소원을 이루어주세요.


돌아오는 길 산등성이 근처에서 보인 반달은 너무 가까이에 있었고 이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나의 희망사항이 무엇이든 간에, 별은 그저 총총 떠있었고 내가 목격한 별똥별의 움직임은 내 마음속에 한 줄기 빛의 자리로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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