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기요시 / 일본
인간의 개념을 훔치는 외계인의 지구 침략 계획이란 허무맹랑한 소재는 영화적 상상력으로서 이해 가능한 부분이지만, 주인공들이 당면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간의 사랑, 용기, 온 마음을 다하는 것’이 제기되는 순간......이 일본 문화 특유의 클리셰에 몸둘바를 모르게 된다. 그래도 이것이 클리셰가 되지 않은 이유는 구로사와 기요시가 그려낸, 공간 속에서 투명하게 소외된 인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여러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사랑은 죽음의 공포 앞에 선 타인까지도 구할 수 있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지구종말을 코앞에 둔 나약한 인간의 수치스러운(?) 자기고백과 사랑의 힘을 감정적으로 과하지 않게, 2시간20분 동안 계속 일정한 힘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주요 등장인물 외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주변 인물 구성과 왜 외계인이라는 이물의 존재가 우리를 위협하려 드는지에 대한 이유가 불충분하여 별안간 어리둥절함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어리둥절한 영화(좋은 뜻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