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먼저 해보겠다. 보통 책을 볼 때 어떤 환경에서 보는지 궁금하다. 주변이 조용하고 집중이 잘되는 곳에서 보는지, 아니면 소란스럽고 번잡한 환경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보는지. 나는 두 가지 환경에서 모두 책을 잘 보는 편이다(그렇다고 책을 많이 보는 편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하지만 책을 잘 볼 수 있는 환경은, 역시 전자이기는 하다. 온전히 내 신경과 감각을 책에 쏟을 수 있고, 나에게 와 닿는 세계 역시도 책 이외의 것은 없이 책 오로지 하나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 책 <질문>을 들었을 때는, 이 책을 어디서 읽으면 좋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 책은 도대체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은 없겠지만, 나는 이 독특한 책 <질문>을 내 주변이 생생히 살아있는 곳에서 읽으면 좋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래서 주로 출퇴근 길에 읽게 되었다.
부제를 보니 '세상을 마주하기 위한'이라고 쓰여있다. 365가지의 질문(영어 질문까지 합치면 700개의 질문이 넘는다)이 담긴 이 책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말 '질문'만 있다. 뭐 예를 들면 '세상에는 말할 수 있는 물고기가 있을까요?' '셀 수 없는 세 가지를 말해 보세요.' '사람은 몇 살까지 사는 게 적당할까요?' 등등. 상식 바깥에 있는 질문도 많고 그동안 살면서 한 번쯤은 궁금한 적이 있었던 그런 질문도 있다. 어떤 페이지에 머물렀을 때는 질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기도 했고, 어떤 페이지의 질문은 시덥지 않거나 별로 궁금한 부분이 없어 그냥 넘긴 것도 있다. 이 책은 특정한 서사나 방법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독자 스스로 가장 편한 방식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중에서 나는 조금 시끄럽고 주변의 풍경이 여러 겹이 될 수 있는 곳에서 읽었다. 그게 바로 내가 세상에 대한 질문을 읽고, 그 답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다 덮고 나면 무언가 머리에 남는 게 없을 수도 있다. 질문을 읽고 답을 생각한 그때에만 딱 집중을 하고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면서 잊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은 그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조금은 뜬금없는 생각들로 감각이 깨어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무언가 새로운 생각을 해보고 싶고 아무것도 궁금한 것이 없을 세상에 새로운 궁금증을 갖고 싶다면 읽어볼 책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질문>이라는 단순한 책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