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은 어느 작은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법정 영화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재가 되는 사건의 전개보다는 캐릭터들에게 더 공을 많이 들인 영화다. 김향기 배우가 분한 '지우' 역할이 자폐아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은 아니다. 이건 이한 감독의 스타일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크고 작은 사건이 있더라도 그 사람의 전후 사연(이건 정말이지 '사연'이라는 단어로 설명해야 할 것 같다)이 매우 비중 있게 다뤄진다. <증인> 역시도 사건을 풀어나가고 설명하는 열쇠는 각 인물들의 상황과 사연에 있다. 그리고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역시도 사건 그 자체에 있기보다는 각 인물의 삶의 방식, 가치관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여느 법정 스릴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인물을 바라보며 <증인>에 접근하면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그것을 목격한 단 한 명의 여고생 목격자가 있다. 목격자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뭔가 다르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중점은 뒷 문장에 있다는 말이다. 이런 서술 방식은 사건의 다이내믹이 기대보다는 떨어질 수 있어서, 아주 스타일리시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덕분에 서사의 전개가 큰 온도차 없이 술술 풀어지는 것이 이한 감독 영화의 장점이라면 장점이기도 할 것이다. 사건을 다루면서도 사건이 '내가 사건이오' 하는 티를 많이 내지 않는다는 것, 그러면서도 영화적 흥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캐릭터의 입체성을 내내 보여주는 것이 이한 감독의 영화가 가진 힘일 것이다.
사실 이한 감독의 영화는 (아니 엄밀히는 이한 감독은) 사회의 소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들이 많다. 아마도 감독 본인도 이런 주제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한의 영화는, 이런 소수적인 포지션에 얽매인다거나 뻔한 화법으로 영화를 이끌어가지 않는다. 그 드라마틱한 포지션 때문에 거칠거나 투쟁적인 방법으로서 소수 의견을 전달하는 쪽으로 빠질 수도 있을 텐데도 말이다. 이한 감독은 여전히 모나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방식으로 본인의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 그동안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증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운 게 있다면 (예상대로) 너무 무덤덤한 정우성의 연기이다. 정우성이 분한 양순호 캐릭터는 과거의 사연도 깊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역시도 가장 다채로운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장면이든지 큰 변화가 없는 표정이 아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정우성의 장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일상을 사는 사람들 중엔 이런 감정 표현이 최대치인 사람도 현실적으로 있을 테니). 정우성의 연기에 대하여 아직까지도 많이 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뭔가 그만의 연기관(?)을 이해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