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쓴 역사책, 좋은 역사책이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덕목으로는 역시 잘못된 해석이 없는, 올바른 역사 인식과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일 것이다. 좀 추상적인 말인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역사야 말로 끊임없는 해석 과정 속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지라도 역사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역사의 이런 '살아있음' 속에는 현재 우리 삶의 해법이 있기도 하다. 이것이야 말로 역사책에 계속 눈길이 가는 이유가 아닐까.
<처음 읽는 일본사>는 그래서 제목부터 좀 재미있는 편이다. 나 같은 성인 독자 기준으로, 대충 생각해봤을 때 일본사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스스로를 이야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일본 역사는 국사 시간에도 곁들여서 배운 적이 있고, 세계사 시간에도 배우기는 배웠다. 그리고 각종 매체에서 일본 역사에 대한 끊임없는 환기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외국 보다도 우리는 일본 역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만 그 반응이라는 것이 역사를 '아는' 것과는 다르기는 하지만... 아무튼간에 우리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하여 적당한 분노와 적당한 지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적당한' 수준인 사람이 많고 그런 비판받아야 할 지점을 넘어 일본의 전반적인 역사를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이런 상황에 놓인 성인들을 위해서라도 이 책 <처음 읽는 일본사>는 꽤나 도움이 된다. 아주 딱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낮은 눈높이로 쓰인 것도 아니라서 읽기에도 적당하다. 당대의 역사를 보다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미지 사료도 많다. 독자의 연령을 막론하고 역사 입문서에 사료가 많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막연하고 어려운 과거의 이야기가 휘발되지 않고 머리에 남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약간 간지럽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역사적인 상황을 극화하여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사실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통사적인 '일본사'는 아니다. 정확하게는 '이이토코토리'가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이 말의 뜻은 "좋은 것은 취하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 우리의 문화와 사회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 이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전략이었다. 그래서 <처음 읽는 일본사>는 역사책이기도 하면서도 일본이라는 국가의 전략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런 전략을 읽기 위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