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실사 영화를 보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물과 현장이 촬영된 걸 보고 나온 게 맞는지 조금 의심스러운 영화였다. '의심'은 문학적인 표현에 가깝고, 영화에 대한 감화적인 측면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해당 영화에 대한 거리를 느꼈다는 뜻이다. 나는 분명히 실제 인물(영화배우)과 실제 동물(고양이)이 등장하는 실사 영화를 보고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받았다. 혹시 내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요즘의 팬시한 일본 영화는 이런 감성이 트렌드가 된 것인가? <고양이 여행 리포트>엔 분명한 호불호가 존재할 것이다. 만화적 감성과 만화적 터치가 강한 이 영화는 단지 주제와 콘셉트만이 애니메이션의 그것을 닮은 게 아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의 느낌은 그래서 왠지 진짜가 아닌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다.
어려서부터 고양이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틋하면서도 아련한 기억이 있는 주인공 코스케는 현재 불치병에 걸렸다. 유일한 가족인 고양이 나나를 이제 자신이 돌볼 수가 없게 되어, 나나의 새 가족이 될 사람을 찾아 떠난다. 이게 <고양이 여행 리포트>의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줄거리이다. 이 간단한 줄거리는 사실 더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눈물 버튼'이 깊게 자리 잡고 있고, 게다가 매우 일본적이다. 애완동물을 사랑하며, 가족과 같은 따뜻한 감정을 교감하며, 서로가 헤어져야만 하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면서도 혼자 남겨지는 순간의 두려움을 자각할 때 비로소 큰 눈물이 터지는 그런 느낌 말이다. 사실 이건 인류 공통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일본 스타일로 만들어지면 과거에 익히 본 적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어떤 감정이 불러일으켜진다.
여기에 한몫을 하는 것은 <고양이 여행 리포트> 출연 배우들의 연기였다. 이들은 실사 극영화 연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애니메이션 배우들 같은 동작과 표정을 취하고 있다. 감정이 오고 가는 에피소드도 애니메이션과 같은 순간들이며, 조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호흡마저도 '만화적으로' 비현실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시쳇말로 '오글거린다'라고 할 수도 있는 그런 순간들은 사실 영화에 대한 몰입을 깨는 역할이 더 컸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이입이 쉽지가 않았는데, 이건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분명히 이 영화의 이런 특징들을 오히려 감정의 상승 기제로서 후하게 보는 관객도 있기는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줄거리나 메시지에 대해 논할 것이 분명히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너무 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 '깨는 순간'이 너무 많아서 그렇기도 하다. 그래도 고양이의 명연기를 보고 싶다면 손꼽힐 영화라고 생각된다. 귀엽고 똘똘한 고양이를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