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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Jun 04. 2019

말 없이 그리움을 그리는 법 <하나레이 베이>

<하나레이 베이>는 엄마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이 바로 '=모성애'를 뜻하지는 않기 때문에 모성애와는 다른 주제와 방식으로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본능적인 인류애 라거나 인간 보편의 그리움, 외로움, 그리고 그것의 자기치유를 주제로 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건 내가 아직 엄마가 되지 않아서 어렴풋한 모성애를 잘 알아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하나레이 베이>는 그리움에 관한 영화다. 그리움이라는 것이 여타 문학이나 음악에서 그려온 것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어서 그것이 그리움인지 잘 못 알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규칙적으로 배열된 플래시백(회상) 장면은, 형식의 간결함을 유지하면서도 영화 안에서는 가장 중요한 씬들로 존재하는 것을 이해했다면, 이 영화가 그리움을 말하려 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하와이의 풍광'이다. 아니 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하와이의 풍광을 찍은 카메라다.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가 일본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여름 풍경을 기가 막히게 잘 찍는다는 점도 있기는 있을 것이다. <하나레이 베이>는 그런 매력을 한층 더 높이 끌어올린 영화다. 하와이라는 촬영지도 당연히 한몫 하기는 했지만, 촬영하는 날의 일조량과 하늘의 색, 갑자기 내리는 비,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와 물의 촉감까지도 이 영화 안에서는 하나의 주인공처럼 완벽하게 비친다. 자연은 너무나 위대하고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자연은 아들을 앗아간 무시무시한 존재이면서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들은 모두 그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린다. 아마도 감독은 이런 효과를 노린 것 같다. 아름답지만 무서운 존재.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엄마는 아름다운 하와이의 풍경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큰 대사 없이 그 안에 위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연기를 보여준다. 겉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속으로는 바다의 쉼 없는 파도소리만큼 복잡하게 일렁이고 있겠지만 말이다. 


 사실 그리움이나 외로움은 갑자기 사무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인간 일상적으로는 갑자기 불현듯 파고드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오히려 무색무취 속에서 슬픔의 색깔을 덧입히는 게 더 사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나레이 베이>는 바로 이렇게 슬픔의 색깔을 일상 속에 색칠하여 보여주는 영화다. 비록 사건은 대단하고(주인공인 엄마는 10년 전 아들을 하와이에서 잃었다), 그 슬픔의 무게 역시도-부모보다 먼저 죽은 자식 관계-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무덤덤한 주인공의 성격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여배우의 연기는 그것을 보여주는 데에 훌륭했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하와이의 풍광 역시도, 우리가 예상하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하와이가 아닌, 그야말로 '자연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그런 하와이를 보여주고 있어서 몰입을 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다만 하와이 현지 친구들이 내러티브를 위하여 캐릭터가 너무 밋밋해지고 뻔해진 것은 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더운 여름에 어떤 영화에 좀 기대어 쉬고 싶다면 (약간 역설적이긴 하지만) <하나레이 베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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