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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Nov 12. 2016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

지난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다녀온 지 딱 오늘로서 7일이 되었다. 그동안 했던 많은 여행들은 다녀오기 전의 설렘, 여행을 하는 순간들의 새로움과 모험 자체가 목적이었다. 즉 유형적인 것뿐만이 아닌 무형적인 것 - 이런 기분 자체가 여행을 다녀오는 이유가 되고는 했다. 그래서 다녀온 후 '그곳을 떠나온 그리움' 때문에 때때로 괴롭고 슬프기도 하였다. 이번 여행은 조금 달랐다. 물론 그리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행을 다녀온 곳에 대한 그리움. 추억에 대한 그리움. 그런데 이번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다. 나를 보며 웃어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무언가 내가 남겨두고 온 자취에 대해 궁금해지는 안부.


내가 이번 여행을 다녀오며 느낀 건 조금은 주저하고는 했던 '친구와 가는 여행'은 정말 좋다는 것이다. 그것이 즐거움이 되었든, 서로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든, 무언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노출되는 실망스럽거나 당황스러운 순간들을 이겨내기 위한 대처방법 이든 간에. 무언가를 새롭게 알게 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재밌는 추억이 되어 결국에는 다시 웃음을 안겨주는 일이 되는 것도.


라오스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은 곳이었다. 맑은 산과 물이 있기도 하고, 날씨도 좋다는 뻔한 이유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음식이 맛있고 물가가 저렴하다는 사실도 물론 여행하기 좋은 곳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라오스가 더 좋아진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그곳에서 은하수를 보았기 때문이다.


싸나캄을 떠나기 전날 밤, 불빛 하나 없는 어느 골목에 들어가 고개를 꺾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넓은 은하수가 보였다. 강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내 시야를 가로질러 펼쳐져 있는 별들의 물결. '쏟아지는' '헤아릴 수 없는'이라 표현하는 별의 거대함을 처음 알게 되었다. 구름이 이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별이 이불이 되어 그 날의 밤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앞으로 여행을 떠나는 곳마다 이렇게 별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라오스의 별은 가장 잊지 못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라오스에서 만났던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하늘 위 별 하나씩이 된 것처럼 나의 머리 위에 박혀있다.



나는 사실 아름다움을 좋아하지만 사람의 아름다움은 잘 느끼지 못한다. 사람에 대한 추억이 웃을 수 있는 그리움으로 남은 적도 없다. 타인은 고독을 주고, 사람에 대한 추억은 부재에 대한 슬픔이 그리움이 되는 일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생각이 전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실을 사는 세속의 나는 홀로 된 시간 중에 또 그렇게 각성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언가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낯간지럽지만 사람에 대한 것이다. 라오스에 있을 때는 정작 제대로 익히지는 못했지만, 여행을 다녀온 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느낀 것. 라오스에서의 순간들과 다시 한국에 돌아온 사람들과 재회하며 뒤늦게 깨달은 소중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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