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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Oct 23. 2016

친구가 차려 준 밥

내가 가장 좋아하는 10월이 저물고 있다. 아직 1주일이나 남긴 했지만, 내가 좋아한다고 쉬이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 치고는 마구 좋아하는 감정을 드러내며 지내지는 않았다. 실체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냈고, 다른 사람들이 짜여준 틀에 내 시간을 딱 맞추며 살아가다 보니 계절이 어떤지, 날이 어떤지, 바람이 어떤지도 잘 인지하지 못한 채로 10월의 대부분을 흘려보냈다.


그래도 어제오늘의 날들은 덥지 않았고 약간 추워서 좋았다. 가을은 딱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추위와 쓸쓸함을 준다.


며칠 전에 친구네 집에서 떡볶이와 케이크, 과일을 먹었다. 오랜 친구의 집에 일상에 끼어들어 먹었던 것들인데, 그냥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가 차려준 밥을 먹는 일이 아주 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가끔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또 이렇게 가끔 친구가 차려준 밥을 먹는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밥을 차려주다니. 눈물 나도록 기쁜 일이다. 나를 위해 밥을 차려주는 사람을 사랑하기로 했다. 비록 나는 밥 다운 밥을 잘 먹는 편도 좋아하는 편도 아니지만, 내 숟가락을 놓아주는 그 사람의 생각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은 되게 기쁜 일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그곳에서의 감흥이랄지 하다못해 평범한 감상이라도 이 곳에 남기고 싶었는데, 처음의 다짐만큼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 1주일 후에 또 여행을 떠난다. 아마 이런 여행은 처음인데, 새로운 곳을 보고 겪는 경험치에 대한 기대라기보다는 내가 좀 더 크고 싶어서 가기로 하였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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