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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May 04. 2017

배경에 젖는 것

여행을 오게 되면 혼잡하게 섞인 많은 감각들에 더욱 귀기울이게 된다. 이건 여행지에 도착하고 관광 코스에 포인트를 찍어야하는-어쨌든 미션의 단계를 지났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단계이다.


신경을 써야만 하는 범주에 나 혼자만 들어가 있다.어쩌다 오게 된 이곳에서 그냥 시간을 느릿느릿 먹는게 오늘의 할일일 뿐이다. 이건 혼자 마음대로 있어도 된다는 아주 편한 일이기도 하지만, 처음 들어온 이 곳에서 시간을 먹고 느끼면서 튕겨져 나오는 나의 감정을 받아쳐줄 무언가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처음 감각하는 배경으로만 여기다가 슬슬 그 배경에 나를 조금씩 스며들게 해본다(사실 이건 어느 곳에서나 쉬운 일인 것 같지는 않다).이건 여행이라는 순간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그저 이곳의 생활인이 되어 이 시간을 일상으로 흐르게 하는 방법이다.



많은 것들은 처음에는 되게 멀게 느껴진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그래서 처음에는 웅웅대는 것으로 배경이 다가온다. 그러다가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들어본다. 맞은편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조각 조각을 조금씩 보게 된다.


방금은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어떤 남자가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번호를 딴 것 같다(여기는 페이스북을 많이 써서-엄밀히는 번호는 아니고 페이스북 계정을 물어본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뚜이부뚜이" 그래안그래? 라는 말을 많이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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