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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Jul 24. 2016

오늘은 아주 즐거워 보여요

제주에 돌아온 지 5일째, 날이 엄청나게 뜨거운 오늘은 여행을 갔다온 날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고, 여행지를 '도는' 것 정도가 되겠다. 이미 돌아다녀본 곳, 그리고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을 마실 다니듯 돌아보고 온 날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그래도 꽤 오래 살다가 다시 오게 된 곳이지만 여전한 마음을 불러일으켰고, 익숙한 장소와 풍경이 있었고, 가깝고도 먼 추억과 생각은 또 여러 겹으로 겹쳐져 잔상 같은 것이 후유증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떤 익숙함이 느껴지든 간에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좋았다. 바다 앞에서 많은 생각이 났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고 보기도 싫었던 채로 살다가 떠나간 곳이지만, 무언가 그리워져서 다시 온 제주도는 거짓말처럼 다시 좋았다.



이제 나에게 제주도는 정말 좋은 곳이다.


제주 서쪽을 중심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저녁을 먹으러 곽지의 카레 가게에 갔다. 카레를 기다리던 중에 갑자기 옛 생각 때문에 불쾌함 같은 것이 뇌리에 번졌다. 오늘 오후 내내 즐거웠는데 말이지. 내 성격 어디 가지 않듯 갑자기 화가 솟구쳤다. 아무리 지금 다시 좋더라 하더라도 아직 가시지 않은 제주도에서의 사람과 일들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리프레시 첫걸음인 오늘, 제주 마실을 하는 동안은 마음이 들뜨면서도 지금 나에게 가능한 오늘이 2016년의 7월이라는 사실에 속이 상하기도 했다. 지난 일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잔상 같은 것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가 나를 위로한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동료들이 알려준 방법. 짜증이 날 땐 그냥 잠을 자자, 아니면 뛰자.


위 두 가지가 방법은 바로 실행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 노래를 들었다. 가게 스피커에서는 옛날 팝송과 가요가 줄줄이 나오고 있었는데 이 노래의 차례도 돌아왔다. 신인수의 '장미의 미소'. 

https://youtu.be/o4l7sLC4bpU

신인수-장미의 미소


오늘은 그대 모습이 아주 즐거워 보여요. 그대의 두 손에 담겨진 빨간 장미가 함께 웃네요.


생각해보니 오늘 나는 정말 오래간만에 바깥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주말을 보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소설을 쓰고 싶다고 얘기도 했다. 뜨거운 햇볕 때문에 빨갛게 달아오른 내 얼굴도 내내 푸하하 내지르면서 웃었던 날이다. 필요 없는 생각들을 굳이 꺼내 생각 덩어리를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거, 바로 지금 맛있는 밥 먹고 또 푸하하 웃으면 그만이다.



오늘 다녀온 여행이 추억이 되었을 땐 이 노래가 배경 음악으로 생각날 것 같다. 오늘은 그대 모습이 아주 즐거워 보여요. 내일도 아주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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