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달 Jul 31. 2016

서귀포에서 헤엄치고


예전에 제주도에 살았을 때는 지도를 자주 봤다.


서울에 그리운 사람이 없어도, 춘천에 꼭 가야 할 일이 없어도 내가 지금 그곳들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지, 얼마나 먼 곳에 와있는지를 그냥 물끄러미 봤다. 노트북 화면이 보여주는 거리는 대강 목측으로 해도 멀었다. 비행기라는 초월적인 교통수단이 없었다면, 배를 탄다면..정말 24시간 하루 종일이 걸릴 거리다.


멀리 떨어져서 사는 일은 사실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육지에 꼭 가야만 하는 일은, 사람에 관해서도 일에 관해서도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하나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정말 눈물 나게 그리운 사람도, 내가 없으면 절대 안 되는 일도 없었기 때문에 서울과의 거리를 재야만 했던 이유는 결국 하얗게 남았다.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지 생각을 해본다.

그때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우는 날이 많았던 것 같다.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보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사람만 그리웠다 
 
사람들 속에서 걷고 이야기하고 작별하고 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나와 뒤섞여지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왜 자꾸만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이외수, '그리움'


다시 읽어보니 지금의 나는 그때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르다.

왠지 그리운 마음은 들지만 무엇이 그리운지는 이야기하기가 싫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보이는 글씨를 감추기 위해 칼로 자르는 것은 그 대상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보다 더 나에게 미안한 일이다. 스스로 자해하는 것처럼 쓸쓸하게 하는 일보다 나를 미안하게 하는 일은 없다.


그래도 오늘은 고등어를 먹었다. 서핑도 했다.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https://youtu.be/vTOLyOlVCD0


작가의 이전글 오늘은 아주 즐거워 보여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