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소통 창구, 주제글쓰기와 작은 설문지
나는 12년 동안 학급 수도 많고, 학생 수도 많은 도심의 학교에 근무했다. 학급당 학생수가 많게는 32명, 적게는 24명이었고, 대개는 28명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24명 학급은 딱 한 번 맡아보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이상적인 학급당 학생수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많고, 참으로 다양한 아이들. 목소리가 우렁찬 아이, 갈등 상황이 다수 발생하여 상담을 자주 하는 아이, 여러 가지 이유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아이, 늘 곁에 머물며 말을 건네는 아이.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선생님과 아침인사 외에는 한 마디도 나누지 못하고 하교인사를 하고 교실을 떠나는 아이가 있다. 다인수 학급을 운영하면서 가장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고, 주제 글쓰기와 작은 설문지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주제글쓰기와 작은 설문지가 내향적인 학생들만을 위한 도구는 아니었다. 다인수 학급에서 개별적 소통의 부족함은 외향적인 학생들 또한 피해 갈 수 없다. 꼭 주제글쓰기와 작은 설문지가 아니더라도, 담임교사가 개별 학생과 일대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두는 것은 학생과의 레포 형성 및 안정적인 학급 운영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자라나는 글쓰기 주제는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글쓰기 소재 365'를 참고하여 초안을 작성하고, '이오덕의 글쓰기', '월간 어린이와 문학', 그리고 인디스쿨에 여러 선생님들께서 공유해 주신 자료에서 도움을 얻었다. 하단에 공유하는 파일은 동일한 학년의 담임을 연임(3학년을 4년 동안, 5학년을 2년 동안)으로 맡은 후에 겪었던 시행착오를 통해 보완한 자료다.
참고로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글쓰기 소재 365' 책은 저자 선생님께서 교육기부 차원에서 전자책은 완전 무료로 배포 중이라고 한다. (아래 링크 참고)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055204
3학년 담임을 했을 때는, 일주일에 두 편의 글을 쓰도록 과제를 제시했다. 3~4월에는 7줄 이상, 5월 이후에는 10줄 이상을 쓸 수 있도록 안내했다. 실은 글쓰기에 분량을 제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꼭 분량을 채우지는 않아도, 자기 생각이 진솔하게 담긴 글을 스스로의 힘으로 썼다면 분량에 대해서는 엄한 잣대를 두지는 않았다.
5학년 담임을 했을 때는,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쓰도록 과제를 제시했다. 3학년 주제 글쓰기가 맞춤법 및 글씨 쓰기 지도에 대한 목적과 아이들과의 소통 목적이 반반이었다면, 5학년 주제 글쓰기는 아이와의 소통이 80%의 비중이어서 글쓰기 횟수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주제 글쓰기가 단순한 숙제가 아닌, 소통의 창구로서 기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담임교사의 댓글이다. 나도 유독 업무가 많고 지치는 주간에는 '참 잘했어요' 도장만 찍고 싶은 욕구가 들 때가 수도 없이 많았다. 파김치가 된 상태로 노란 바구니 안에 아이들 공책을 가득 담고 퇴근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댓글 숙제를 마치지 못한 프로야근러이니 따스한 눈길을 보내주면 좋겠다.
▼ <생각이 자라나는 글쓰기 주제> 파일은 브런치에는 pdf로, 인디스쿨에는 한글파일로 올립니다. 혹 인디스쿨 외의 경로로 한글 파일이 필요하신 분은 메일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
- 월말에 자리 및 1인 1역 바꾸기를 하기 전에 작은 설문지를 통해 아이들 의견을 들었다. 작은 설문지에는 날짜를 기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 작은 설문지는 아래와 같은 장점이 있다.
1) 개별 학생의 교우관계, 학급 생활, 평소 관심사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교우관계를 비롯하여 문제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유용하다. 날짜별로 모아두고 학부모 상담주간 또는 개별 학생 상담 시에 활용하도록 한다.
2)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평소 교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아이들의 경우 '어제 한 스피드 게임 또 해요!', '수학 시간에 태블릿으로 했던 사이트 알림장에 올려주실 수 있어요?'와 같이 수업 활동에 대한 본인의 호감도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아이들의 호불호 또한 존재하는 법이니, 작은 설문을 통해 아이들의 의견을 전반적으로 들어보는 것이 좋다.
- 인디스쿨에 공유된 양식 중에서 나와 우리 학급 아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편집하여서 활용한다. 우리 학급 일정과 행사에 맞추어 설문 문항은 수시로 수정한다. 작년에 썼던 이 양식을 올해도 똑같이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급,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면 작은 설문지의 문항과 형식도 다시 새로이 바뀐다.
개별 학생 소통을 위해 내가 꾸준히 썼던 방법은 위와 같았지만, 아이들과의 소통 방법은 자웅을 겨룰 수 없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인스타그램에서 쌤스타그램을 종종 살펴보곤 한다. 미덕 일기 쓰기, 동시 판서를 통해 아이들과 생각 나누기, 자체 제작한 학급일지 작성하기 등 아침 시간과 틈새 시간에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감탄할 때가 참 많다.
내가 주제 글쓰기 댓글을 달아주기 위해 공책 꾸러미를 한아름 안고 가는 모습을 짠하게 살피던 선배교사는 '그래서 나는 일기나 글쓰기 과제를 아예 안 내줘'라는 명언을 남기셨는데, 나는 그분의 생각도 맞다고 생각한다. 그 선배는 보드게임과 리코더 연주로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셨다. 나는 주제글쓰기의 댓글 소통이 내가 가장 꾸준히 잘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일대일로 소통하는 방법은 선생님의 특기만큼 다양하고, 선생님의 숫자만큼 각양각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방법이든 좋다. 아이 한 명, 한 명과의 소통의 끈을 마련하고 일 년동안 우리의 소통 창구를 끝까지 지켜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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