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해 보지 뭐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처음 만난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스무살이란 자유로 주변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해서였을까
어딘가 자유분방해 보이는 모습이 스무살인 나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던것 같다.
장기간 연애를 해온 우리에게도 다툼, 권태기, 이별이 어김없이 찾아왔고
아슬아슬하게, 때론 매년 계절이 지나가듯 그렇게 7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만난 지도 오래됐는데 너희 결혼은 안 할거야?'
'남자가 벌써 서른이 넘었는데..'
처음엔 주변에서 하는 잔소리 같았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오래 사귀면 꼭 결혼이라는 걸 해야하나 싶었지만 긴 시간의 연애는 어느 순간부터
뻔하고 지루한 일상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우리 연애의 끝은 무엇일까..?
아무리 우리가 철이 없다 해도 결혼은 단지 하고싶다해서 하는 게 아닐텐데.
일단 같이 살 집이 있어야 하고, 차도, 안정적인 연봉 까지 준비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할수록 이것저것 따져볼수록 결혼은 겁 없는 도전에 불과했다.
그래서 딱 하나만 생각 해 보기로 한것.
그건 바로 우리가 7년의 연애의 끝을 어떻게 매듭짓냐였다.
당장 내일부터 쿨하게 각자의 행복을 빌어줄것인가..
아직은 결혼 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잠시 시간을 가져볼까.
서로의 미래를 응원해주며 친구로 남는 건 어떨까.
하지만 웃고 울며 함께 한 시간을 무시하기엔 7년은 꽤 길었다.
어쩌면 이별 또는 결혼 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7년의 연애를 결혼 이라는
새로운 시작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고 이전보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진지해졌다.
둘다 죽고 못살아 보였던 건지, 결혼이라도 해서 빨리 철이 들길 바랬던 건지
결혼 이라는 두 글자가 낯설기만 한 우리에게 양가 어른들은 적극적으로 찬성 해 주셨다.
'그래, 까짓거 결혼 뭐 별거 있겠어'
두렵고 낯설던 결혼은 이상하게도 결혼식이 다가올수록 점점 기대감과 설렘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7년의 연애는 그렇게 결혼 이라는 또 다른 시작으로 매듭지어졌고, 27살의 나는
연애같은 결혼을 꿈 꾸며 12월의 신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