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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pr 14. 2022

재택근무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재택근무

재택근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한 모임에서 서로의 근황에 대해 묻던 중 참여자 대부분이 재택근무 중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재택근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대부분이 동의하는 바는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보다 낫다는 것이었다. 재택근무가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고 상사의 피드백을 받거나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가 있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기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일들과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훨씬 크다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바로 나였다.


사실 나라고 해서 재택근무가 싫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좋아한다. 사람들 눈치 안 보고 내가 할 일만 잘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를 쉽게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재택근무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구조를 가속화할 것이고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게는 큰 재앙이 될 것 같아서.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1. 극단적 성과주의


재택근무를 할 경우 경영자들은 '성과'만으로 개인을 평가하게 된다. "회사에서 당연히 사람을 성과로 평가하지 무엇으로 평가하라는 거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맞는 이야기다. 다만 나는 극단적 성과주의를 우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직원이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가면서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직원은 집에서 일을 안 하고 놀아버린 게 돼버린다. 경영자는 A라는 직원을 직접 볼 수 없기에 그의 성과만을 보고 그가 재택근무가 아니라 재택빈둥빈둥을 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재택근무 시대의 성과 부족은 단순히 성과 부족으로 끝나는 것이라 업무태만이 돼버린다.


반면에 B라는 직원은 능력이 뛰어나서 1시간만 일해도 8시간 넘게 일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직원들은 사무실에 매어있지 않재택근무의 특성을 활용해 자기 계발 더 나아가 N잡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N잡러들이 여러 회사의 업무를 동시 다발적으로 하게 되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직업을 잃을 것이다.


2. 글로벌 경쟁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말은 고용자 입장에서 보면 굳이 한국 사람을 뽑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즉 고용의 지역적 한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언어소통의 장벽이 허물어지거나 그러한 장벽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영역에서는 다른 나라의 저임금 사무직 기존 한국 인력을 대체하거나 혹은 고임금의 글로벌 슈퍼스타 한 명 수십 명의 인력을 대체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재택근무는 노동시장에도 글로벌 '무한경쟁'을 불러올 것이다. 그리고 이 '무한경쟁'은 대다수에게 전에 없던 높은 난이도의 경쟁이 될 것이다.


3. 자동화


경영자들 모임에서 재택근무와 관련해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생각보다 놀고 있는 인력들이 많았네?"이다.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는 대부분 근로시간에 맞추어 자리에 앉아있기 때문에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없으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노는 인력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택근무를 통해 시스템을 재정비하다 보니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도 많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인건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재택근무를 통해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확인한 경영자들은 빠르게 상당수의 업무를 자동화할 것이다. 어느 순간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 주문을 받는 사람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키오스크가 생긴 것처럼 사무직에도 이러한 일이 벌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그리고 재택근무로 인해 그 시간은 매우 단축될 것이다.



재택근무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극단적인 비관론일 수도 있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재택근무로 인해 사라지는 직업보다 훨씬 더 많은 직업이 생길 수도 있고, 노동시장도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바뀔 수도 있다.


다만 대다수가 마냥 좋다고 맘 놓고 있을 때 그와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너무나도 막심할 것이다. 마치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의 비관론이 '블랙스완'을 지적하는 그래서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는 딴지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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