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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Nov 27. 2023

숫자 중독


나의 아침 루틴은 꽤나 공고한 편이다. 웬만하면 흔들리지 않는다. 잘 변하지 않는다. 간단하게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명상 -> 스트레칭 -> 감사기도 -> 플랭크 -> 해야 할 일 작성 -> 일본어 공부 -> 중국어 쉐도잉 -> 아침 운동 -> <The Economist> 읽기


'햄버거-프렌치프라이-콜라' 혹은 '치킨-맥주'와 같은 세트구성처럼 나에게는 당연한 구성이자 일과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마케팅-뷰자데> 예약판매를 시작한 후부터는 공고한 루틴의 벽에 틈이 생겼다. 그 틈을 비집고 하나가 들어갔다. 바로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 들어가 책의 순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마케팅 뷰자데> 주간 순위. 좌측부터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좋아하고 즐겨 읽던 책들과 나란히 위치한 나의 책이 신기했다. 아침뿐만 아니라 수시로 들어가서 확인하곤 한다. 사랑하는 연인의 카톡 메시지를 보고 또 보는 것처럼 말이다. 질리지가 않는다. 아니, 볼수록 더 보고 싶어 진다. MSG를 조금 첨가해서 말하자면 안 보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중독이다. 순위 중독이다.


순위 중독이라고 말하면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증상 같지만 이를 '숫자 중독'으로 보면 아마도 다수에게 해당되는 증상이지 않을까 싶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 키와 몸무게 같은 신체치수라는 '숫자', 좋아하는 가수나 스포츠 팀의 성적과 같은 '숫자' 등등.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인은 모두 숫자에 중독되어 있지 않나 싶다. 최근에 나는 그 중독의 수위가 매우 높은 편임을 느끼고 있다.


숫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아이러니하다. 숫자는 단지 목표를 측정하는 기준일 뿐인데 숫자 그 자체가 어느새 목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가들이 목을 매고 있는 GDP 또한 그저 측정기준일 뿐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이 효과적인지를 측정하기 위해 사이먼 쿠즈네츠가 개발한 평가기준이 GDP다. 그런데 어느 순간 GDP 그 자체가 목표가 되었다. 국가도 숫자에 중독된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글은 "숫자 중독에서 벗어나자"와 같이 교훈적인 메시지로 마무리를 하는 게 정석일 것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은 그렇지 않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글로 남기고는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스스로의 상태를 돌아보는 글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한동안은 '숫자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중독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틀어내는 것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


P.S. <마케팅 뷰자데>는 마케터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마케팅을 잘 모르지만 잘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한 번 재밌게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사진: UnsplashMika Baume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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