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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권의 책을 파는 법

by 캡선생


제목을 보고 속는 셈 치고 클릭한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독서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데 어떻게 1만 권의 책을 팔 수 있다는 것인지 한 번 지켜보자는 심정으로 말이다. 잠시 의심의 눈초리는 내려놓고 팔짱도 풀어 주시길 바란다.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다 보면 나름 유용한 정보가 보이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결론부터 말하면 다음과 같다.


1만 권의 책을 팔고 싶다면 1만 명의 사람과 함께 책을 만들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쓴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책을 매우 높은 확률로 구매하게 된다. 나의 경험상 90% 이상의 확률이다. 심지어 본인만 사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사서 나누어준다. 그렇기에 1만 명과 함께 만들 수만 있다면 1만 권 넘게 팔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한 권의 책을 어떻게 1만 명의 사람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이다. 일단 작은 규모부터 생각해 보자.


글쓰기에 관심도 없던 내가 친구와 함께 책을 쓰기로 마음먹으면서 한 다짐이 있다. 독자의 마음에 드는 책을 만들자고. 이를 위해 독자의 의견을 최대한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초고를 타깃 독자 10여 명에게 보여주고 수정하자고 친구에게 건의를 한 이유다. 친구는 흔쾌히 수락을 했고 타깃 독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또한 그들의 이름을 새긴 첫 책을 출간했다. <비행독서>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펀딩을 완료했다. 초보작가의 첫 독립출판으로는 이례적으로 제작비를 펀딩으로 모두 충당함은 물론이고 이후에 교보문고의 전자책 판매순위에서도 하루이긴 하지만 top 10안에 들기도 했다.


사진 출처: 와디즈


출판사와 공식적(?)으로 출간한 <마케팅 뷰자데>도 같은 방법을 이용했다. 내가 생각하는 독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 8명에게 초고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피드백을 받았고 이번에도 그들의 이름을 책에 실었다. 마음 같아서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의 피드백을 받고 싶었으나 출판사와 함께 하는 첫 출간이라 조심스러운 마음에 규모를 축소했다. 결과는 동일하게 좋았다. 피드백을 주신 모든 분들은 구매는 물론이고 본인의 책처럼 홍보를 해주셨다.


나의 사례를 들으면 만 명은커녕 100명 과도 함께 만드는 게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있다. 바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인 <마션>이 대표적인 예다.

책을 쓰고 있는가? 청중을 참여시키자. 원고 집필에 청중을 끌어들이려는 생각을 나만 했던 것은 아니다. 앤디 위어는 화성에 갇힌 사람의 이야기를 장별로 블로그에 발표하면서 청중의 참여를 유도했다. 블로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 속 콘텐츠에 관해 피드백과 제안을 주기 시작했다. 결국 일련의 이 블로그 포스팅은 베스트셀러 소설 <마션(The Martian)>이 되었고, 이 맷 데이먼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 팻 플린, <슈퍼팬>, 알에이치코리아, 2021. 중 -


책에 모든 사람의 이름을 적지 않더라도 피드백을 반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구매는 물론이고 자발적인 홍보도 기대할 수 있다. 책이라는 것을 작가만의 단독작품이라 생각하지 말고 독자와의 공동작품이라 생각한다면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1만 권의 책을 파는 핵심은 하나다. 많은 사람의 손때가 묻은 책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손때가 묻은 물건에 애정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드물 테니 말이다.



<캡선생의 신간>

https://m.yes24.com/Goods/Detail/123762619



사진: UnsplashJJ 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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