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이렇게 비싸지?”
요즘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메인 타깃이 아니구나.”
그렇다. 생존에 필수적인 품목을 제외하고 ‘싸다’와 ‘비싸다’는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다. 내가 ‘비싸다’고 느끼는 것을 누군가는 ‘싸다’고 여길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내가 ‘비싸다’고 느낀다면 그 제품이나 서비스는 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내가 메인 타깃이 아니라는 얘기다.
나는 단 한 번도 우리나라에서 만든 종이책이 비싸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너무 싸다고 느끼는 편이다. 물론 터무니없는 내용의 책도 간혹 있지만, 대체로 약 2만 원의 가격에 가장 깊이 있고 정제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종이책의 물질적 완성도도 매우 높다. 영미권 원서의 경우, 2만 원대의 소프트 커버는 물론이고 4만 원이 넘는 하드 커버도 쉽게 찢어지고 훼손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종이책은 몇 년을 두어도 그 만듦새가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 내용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2만 원이라는 가격대가 전혀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요약하면 나는 국내 출판사의 메인 타깃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책이 비싸서 못 읽겠다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다른 의견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출판사의 메인 타깃이 아니다. “비싸서 책을 못 읽겠다”는 사람들의 말을 고객의 요구라고 착각해 이를 반영하려 한다면, 국내 출판사는 성장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메인 타깃이 아니다. 출판사가 최우선으로 집중해야 할 고객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점은 모든 산업군에서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비싸다’는 말에 즉각적으로 가격 인하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그 전에, 그들이 우리의 메인 타깃인지, 메인 타깃이라면 다수인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그 이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에르메스나 샤넬과 같은 명품 가방이 ‘비싸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격이 저렴해지면 좋겠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모두가 어렴풋이 느낄 것이다. 지금보다 싼, 앞으로 더 싸질 에르메스와 샤넬은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가격은 나의 진짜 고객을 분별하는 하나의 기준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