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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Sep 20. 2024

고려대학교에서 좋은 브랜딩을 고려하다


고려대학교 유일의 브랜드 컨설팅 학회, CREAKET(크리켓)에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제 신작인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의 내용을 기반으로 브랜딩을 바라보는 프레임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Find Your Colors’라는 학회의 슬로건처럼 학생들이 각자의 색을 찾아가는 열정이 강의 내내 느껴져서 저도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강의 후 진행한 Q&A의 내용을 간략하게 브런치 독자분들께도 나누어 볼까 합니다.



1. 대기업과 중소기업/스타트업 브랜드 컨설팅을 모두 해보셨는데, 각각 브랜딩의 어느 부분에 가장 무게를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자주 하는 비유인데요. 비행기에 빗대서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기체가 굉장히 흔들리고 시끄럽죠. 그런데 이것이 고객(승객)에게 용납이 됩니다. 무거운 비행기 기체가 뜨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니까요. 다만 비행기가 하늘에 뜬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조그마한 흔들림과 소음도 고객에게는 불편함과 두려움이 됩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면 빠르게 기내 방송을 해서 고객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작은 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기업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다소 잡음이 있더라도 일단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뜨는 게 우선입니다. 잃을 게 많지 않기 때문이죠. 고객도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이제 막 성장하려는 작은 기업이니까요. 사람에게는 보편적으로 약자를 응원하려는 마음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안정성을 갖춘 상태에서 제품을 선보여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B2B 사업이나 고위험 산업처럼 처음부터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오히려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대기업은 다릅니다. 잃을 게 너무나도 많은 집단이죠. 그래서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처럼 ‘안정성’이 중요합니다. 고객이 보기에 대기업 브랜드의 캠페인이 고루하고 답답해 보일 때도 있을 겁니다. 다만 ‘안정성’이 중요한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면 달리 보일 겁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혁신 없이는 변화하는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우니까요. 대기업도 지속적인 혁신적 변화를 통해 안정성과 혁신을 균형 있게 가져가야 합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성장’과 ‘안정’은 기업이 가지고 가야 할 중요한 두 축인데, 중소기업 브랜딩은 조금 더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기업 브랜딩은 조금 더 ‘안정’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성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단 개괄적으로는 이렇습니다.



Q2-1.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의 경우, 브랜딩보다 제품 판매를 우선시하는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브랜딩은 언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너무나도 중요한 질문이네요. 중소기업 대표님에게 단기적으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요한 브랜딩을 이야기하면 와닿지 않을 겁니다. 그분들에게는 하루하루의 매출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판매와 무관한 브랜딩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출’은 고객이 브랜드를 만나는 가장 큰 경험이기도 하니 브랜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어떻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할지를 설정하는 것이 이상적일 겁니다. 즉 제품과 서비스 출시 전부터 브랜딩을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다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최소한 브랜딩과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판매 없이 브랜딩을 하는 것이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 있듯이 브랜딩에 대한 생각 없이 제품을 판매하는 건 장기적인 관점이 배제된 단순 생존이기 때문입니다. '판매'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브랜드가 세상에 제공하는 가치를 고민하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립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방향성이 정립되었다면 그것을 반복해나가야 합니다. 고객이 납득하고 이해할 때까지요.



Q2-2. 리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이에 대한 조언이 있으신가요?


기업에게 리브랜딩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니 그분들이 리브랜딩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언제일까요? 크게 두 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브랜드의 성장세가 꺾였거나, 지금처럼 하면 브랜드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할 것 같을 때입니다. 새롭게 무엇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쉽사리 리브랜딩을 하지는 못할 겁니다. 두려움이 있거든요. 지금처럼 하면 그래도 매출과 이익이 나오는데, 새롭게 바꾸었을 때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으니까요. 리브랜딩은 기존 고객에게 "내 브랜드가 아닌 것 같은데(Not My Brand)?"라는 감정을 일으켜 이탈률이 늘어날 수도 있고, 기존에 없던 신선함으로 인해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일종의 양날의 검이니까요.


이럴 때는 먼저 현 상황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신규 고객 수가 줄어든다든지,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이 떨어진다든지와 같이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죠. 문제점을 짚었다면 그에 맞는 해결책으로 리브랜딩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기존 고객에게 너무 낯설지 않으면서 신규 고객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브랜드의 ‘핵심 아이덴티티’는 가져가면서 어떠한 변화를 통해 시대에 발맞춘 신선함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겁니다.


또한 리브랜딩은 위기 대응뿐 아니라 미래 대비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기술 변화나 소비자 기대가 변화하는 시장에서, 브랜드가 뒤처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리브랜딩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공적인 리브랜딩 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설득력 있는 접근이 될 겁니다.



Q3. 브랜드 컨설팅을 하다 보면, 뚜렷한 정체성이나 내실이 없는데 겉만 꾸미고 싶은 기업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브랜딩을 해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운 문제죠. 컨설팅은 결국 고객이 원하는 테두리 내에서 조언할 수 있으니까요. 강요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다만 이럴 때 브랜딩의 핵심을 짚어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브랜딩을 아주 간단히 말하면 ‘언행일치’입니다. 멋들어진 메시지(언)에 걸맞는 멋진 경험(행)을 제공하면 고객은 이 둘이 (일치)한다고 느끼며 브랜드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죠. 질문하신 내실이 없는 기업이 겉만 꾸미는 것은 ‘행’이 배제된 ‘언’입니다. 초반에는 반짝할 수 있지만 결국 망하겠죠. 다시 말해 신규 고객은 유치해도 기존 고객의 재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겉을 꾸미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외적 요소로 고객을 유치한 후, 내실을 다지는 방식도 유효할 수 있죠. 중요한 건, 초반의 반짝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내실을 갖추고 고객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의 재구매가 비즈니스적으로도 훨씬 유리하다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비용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의 약 5배 이상이라는 것이 여러 논문을 통해 밝혀졌거든요. 이 점을 강조하시면 아마도 기업가분의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Q4. 요즘은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인도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상황입니다. 혼자서도 브랜딩을 하고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지금, 브랜드 컨설팅이 갖는 소구점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결국 ’왜(why)’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왜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해보는 거죠. 1인 기업 혹은 프리랜서를 기준으로 간단히 생각해보죠. 왜 그들에게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할까요? 저는 크게 두 가지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찾고, 더 높은 가치로 인식되는 퍼스널 브랜드가 되고 싶은 거죠.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육아’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면 ‘오은영 박사’가 떠오를 겁니다. ‘자영업’에 대한 조언이라면 ‘백종원 대표’가 떠오를 거고요. 퍼스널 브랜딩을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키워드’를 획득하는 활동입니다. 00하면 바로 내가 떠오를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그러면 무엇이 중요할까요? 바로 나의 전문성을 대표하면서도 선점되지 않는 키워드를 획득하는 것이죠. 앞서 말한 ‘육아’라는 키워드는 오은영 박사가 획득했습니다. 그렇다면 육아 전공자에게 답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키워드를 세분화하면 됩니다. ‘아들 육아 전문가’ ‘딸 육아 전문가’처럼 말이죠.


혹은 새로운 키워드를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하는 일을 세상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면 새롭게 만들고 그것을 꾸준히 알려야 합니다.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 씨는 그렇게 자신의 직업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힙합 평론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에는 본인의 글이 저널리즘 성향이 있고, 저널리스트라고 표현하기에는 힙합이라는 것이 배제되어 둘을 합친 용어를 만든 것이죠.


질문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브랜드 컨설팅이 갖는 소구점이 무엇일까요? 어떠한 키워드를 잡고 그 키워드를 어떻게 선점할지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제안하는 것이죠. 이는 비전문가가 혼자서 하기에는 쉽지 않은 작업일 테니까요. 컨설팅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으로 전략화하고 실행 가능한 도구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특히나 브랜딩은 차별성과 일관성이 중요한데,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진행하면 방향성을 잃기 쉽고, 지속적으로 차별화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혼자서도 퍼스널 브랜딩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브랜드 컨설팅은 더 깊이 있는 전략과 효과적인 도구를 제공하여 퍼스널 브랜드가 더 큰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 1인 기업, 자영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5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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