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라도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한 생각과 감정을 결과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생각과 감정을 어떤 결과물로 만들지 않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나의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그 생각과 감정을 구체적인 형태의 저작물로 창작해낸다면, 세상은 그것을 그 사람의 것으로 인정해준다. 이것이 바로 저작권이다.
저작권이란 창작자가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권리다. 이를 통해 소설가는 소설을 출판하거나 번역하거나 영화로 만들 수 있는 권리(2차적 저작물 작성권), 공연하거나 방송할 수 있는 권리(공연권, 방송권) 등을 갖게 된다. 허락 없이 저작물을 사용하는 경우, 저작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형사 처벌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저작권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 저작재산권과, 창작자의 인격을 보호하는 저작인격권으로 나뉜다.
재미있는 건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는 점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이 결과물이 되는 순간, 그것은 단순히 ‘내 것’이 아니라, 세상과 교환할 수 있는 재산이 된다. 팔 수도 있고, 빌려줄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수도 있다.
왜 세상은 이렇게 '생각과 감정'을 재산으로 만들어주는 걸까?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본인의 고유한 세계를 세상에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유가 또 다른 공유를 낳으면, 우리는 나만의 우주를 경험하는 인생을 넘어서게 된다. 기원전 3000년 경 인류 최초로 점토판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메소포타미아의 쿠심(Kushim)부터 현재 지구에 발을 딛고 있는 80억 명의 사람들의 우주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흐름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빅뱅(Big Bang)'과도 닮아 있다. 빅뱅은 약 138억 년 전,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하나의 점에 응축되어 있다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현재의 우주를 만들어낸 사건이다. 단 하나의 특이점에서 시작된 폭발이 별, 은하, 행성 등 수조 개의 구조를 탄생시킨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결과물로 세상에 나오는 순간,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새로운 창작을 낳으며, 또 다른 결과물로 확장된다. 하나의 창작이 끝없이 분화하고 서로 교차하면서 수많은 정신적 우주를 만들어낸다.
나 하나만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 서로 다른 수백억 개의 거대한 빅뱅이 교차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빅뱅(Big Bang)'보다 더 거대한 ‘빅거뱅(Bigger Bang)’이라고 부르고 싶다. 빅뱅이 물리적 우주를 만들어냈다면, 빅거뱅은 생각과 감정이 빚어낸 정신적 우주를 끝없이 확장시킨다. 저작권은 이런 흐름을 촉진하는 인류의 발명품이다.
생각과 감정이 단지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갖추고, 가치를 얻고, 세상에 닿게 만드는 제도. 저작권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은 우주를 만날 수 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고 있다. 여러분 안에도 하나의 우주가 있다. 이제, 세상은 당신의 빅거뱅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