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I 문익점

영업사원을 없앤 자리에, AI가 앉았다

by 캡선생

Lenny's Podcast "We replaced our sales team with 20 AI agents—here’s what happened next | Jason Lemkin (SaaStr)"

위 콘텐츠에서 목화씨를 가져온 콘텐츠


생성형 AI가 화이트칼라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리고 각종 분야에서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 변화가 나에게는 “언젠가” 올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세일즈 조직만큼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 설득, 관계, 협상 같은 요소는 기계가 흉내 내기 어려운 인간만의 고유한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가정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람이 있다. 세계 최대 B2B 창업자 커뮤니티인 SaaStr의 CEO이자 창업자인 제이슨 렘킨이다. 그는 기존의 인간 중심 세일즈 팀을 해체하고, 단 1.2명의 인간(풀타임 1명과 파트타임 1명)과 20명의 AI 에이전트로 조직을 재편했다. 실험은 이미 끝났고, 결과는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인간 세일즈 팀의 해체, 그리고 AI 군단의 등장

과거 SaaStr의 세일즈 조직은 전형적이었다. 약 10명의 풀타임 직원이 스폰서십과 티켓 판매를 담당했고, 연간 스폰서십 계약 규모는 평균 7만~8만 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구조는 점점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문제는 성과가 아니라 ‘숙련’이었다. 연봉 15만 달러 수준의 주니어 SDR들이 입사 후 몇 달이 지나도 회사가 무엇을 파는지, 고객이 왜 구매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이직하는 일이 반복됐다. 높은 이직률과 긴 온보딩, 그리고 중간 수준에 머무는 인력의 누적. 렘킨은 이 구조 자체가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더 이상 세일즈 영역에서 인간을 고용하지 않겠다.”


현재 SaaStr의 세일즈 조직은 1명의 풀타임 AE, 0.2명의 인간 관리자(Chief AI Officer), 그리고 20명의 AI 에이전트로 구성되어 있다. 놀라운 점은 이 체제가 과거 10명의 인간 세일즈 팀이 만들어내던 순생산성과 거의 동일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이전트 조직의 실체: 자동화가 아니라 오케스트레이션

SaaStr 사무실에는 여전히 10개의 책상이 놓여 있다. 다만 그 위에 앉아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이름을 가진 에이전트들이다. Reply, Qualified, Artisan 같은 이름표가 붙어 있고, 각 에이전트는 명확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일반 문의와 기본 상담을 처리하는 에이전트는 단순 응대를 넘어 실제 계약까지 성사시키기도 한다. 아웃바운드 에이전트는 수만 건의 콜드 이메일을 처리하며, 인바운드 에이전트는 주말 밤에도 실시간으로 방문자를 검증하고 미팅을 잡는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과거 인간 영업 담당자가 “시간 낭비”라며 포기했던 오래된 리드(구매가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았던 잠재고객)다. AI 에이전트는 이 영역에서 오히려 70%에 달하는 응답률을 만들어냈다.


이 구조의 핵심은 자동화가 아니라 조율(Orchestration)이다. AI는 쉬지 않는다. 주말에도, 휴일에도, 크리스마스에도 계속 일한다. 그렇기에 관리가 필요하다. SaaStr의 Chief AI Officer는 전체 업무 시간의 약 20%를 에이전트 결과물 검토, 오류 수정, 역할 재배치에 사용한다. 에이전트 운영은 ‘설정하고 잊어버리는’ 일이 아니라, 매일 데이터를 주입하고 미세 조정하는 반복 작업이다.



렘킨은 한 가지를 분명히 말한다. 직접 만들지 말고, 사라는 것이다.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자체 구축한 AI 도구는 몇 달 안에 구식이 된다. 대신 그는 전문 벤더를 선택하되, 반드시 FDE(고객 현장에 파견돼, 제품을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엔지니어)를 제공하는 회사를 고르라고 조언한다.


성공의 차이는 소프트웨어 자체가 아니라 도입 과정에서 벌어진다. 실제로 SaaStr는 에이전트 훈련과 세팅을 벤더와 함께 진행했다. 또한 훈련은 위임되지 않는다. 리더가 직접 최고의 세일즈 이메일, 최고의 스크립트를 데이터로 넣고, 에이전트가 실수할 때마다 매일 수정한다. 이 과정을 약 30일 반복하면, 에이전트의 성과는 인간 상위권 세일즈와 유사한 수준에 도달한다.


세일즈 직업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이 변화는 직무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인 SDR(잠재 고객을 발굴·분류하고 미팅을 설정하는 초기 영업 담당자) 역할은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리드 분류, 미팅 설정, 초기 응대는 AI가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한다. 반면 AE는 당분간 살아남겠지만, 그 수요는 줄어든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을 잘 다루는 영업담당자’의 종말이다. 제품과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채 관계만 강조하는 세일즈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대신 부상하는 인재상은 AI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사람이다. 과거 10만 달러 매출을 담당하던 인력이, AI를 통해 300만~500만 달러를 처리하게 되는 구조다. 렘킨이 말하는 고연봉 인재의 기준은 바로 여기 있다.


결국 남는 질문

제이슨 렘킨의 실험은 단순한 세일즈 자동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조직이 무엇을 사람에게 맡기고, 무엇을 시스템에 위임할 것인가에 대한 설계 문제다. 플레이북은 바뀌었지만, 세일즈라는 행위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역할의 분배다.


AI가 90%의 반복 업무를 맡는 시대, 인간은 어디에 서야 할까.


photo: Lenny's Po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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