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다른 멤버들이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질문들이었다.
철들지 않으면 민폐가 아닌가요?
어린이처럼 사는 게 꼭 좋은 건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이 화룡정점을 찍었다.
철들지 않는다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요?
생각보다 많은 질문이 쏟아지자 그 멤버는 꽤나 당황하는 눈치였다. 꿈에 대해 솔직히 말한 죄로 공개법정에 선 피고인이 된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모임의 모임장은 아니었지만 대신 개입하게 되었다. 철들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한 변호사로서.
@@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철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전에 다른 글을 통해 철부지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철부지(철不知)는 말 그대로 사시사철과 같은 계절(철)을 알지(知) 못하는(不) 사람이다. 지금이 봄인지 겨울인지 사리분별이 되지 않다 보니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부지는 주위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치곤 한다.
철든다는 것은 철부지와는 다르게 계절의 변화를 명확히 인지하고 그에 딱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봄에는 봄에 맞게, 여름엔 여름에 맞게 말이다. 이것을 삶에 빗대어 보면 청소년기에는 청소년답게, 중년에는 중년답게 그리고 노년에는 노년답게 행동하는 것을 철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멤버가 말한 "철들지 않는 게 꿈이다"라는 것을 "어떠한 계절이 왔는지는 알지만 꼭 그에 맞춘 정형화된 행동을 하고 싶지 않다"로 받아들였다. 어떠한 계절이고 상황인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위에 피해 가는 행동은 최소화하면서 조금은 다른 나만의 인생 여정을 걷고 싶다는 것으로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철들고 싶지 않은 사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노래 중 하나가 기리보이, 키드밀리, 노엘, 스윙스의 <Flex>다.
여름엔 덥게 겨울엔 춥게 여름엔 덥게 겨울엔 춥게 F.L.E.X 질투와 시샘 받으면서 우리 멋있어지자
이들은 여름과 겨울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다만 그것에 정반대 되는 행동을 일부러 하는 것이다. 계절에 맞는 더 나아가 때에 맞는 정형화된 행동에서 의식적으로 벗어나 본인들만의 독특하고 멋진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나는 이것이 바로 철들지 않으려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철을 모르는 철부지가 아닌 철을 알고 있으나 철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철들지 않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상으로 철들고 싶지 않은 모두를 위한 변론을 마친다.
p.s. 이와 같은 나의 변론(?)에 멤버분은 본인이 말하고자 않은 의도를 잘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꽤나 좋은 분위기로 다시 꿈 이야기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