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Feb 06. 2023

21세기 맹모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한 것을 가리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고 한다.


옛날 맹자의 어머니가 묘지 근처로 이사를 갔는데, 그때에 맹자 나이 어려 보고 듣는 것이 상여와 곡성이라 늘 그 흉내만 냈다. 맹자의 어머니는 이곳이 자식 기를 곳이 못 된다 하고 곧 저자 근처로 집을 옮겼다. 역시 맹자는 장사의 흉내를 냈다. 맹자의 어머니는 이곳도 자식 기를 곳이 아니라 하고 다시 서당 근처에 집을 정했다. 맹자가 늘 글 읽는 흉내를 내므로 이곳이야말로 자식 기르기에 합당하다 하고 드디어 거기에 안거했다.

- 디지털 한자사전 e-한자 중 -



이 가르침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21세기에도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과 목동 같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하고 그에 따라 이러한 지역의 집값은 비슷한 교통여건의 동네에 비해서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다치바나 아키라의 <말해서는 안 되는 너무나 잔혹한 진실>에 따르면 가정교육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비하다고 한다. 어떤 아이로 성장할지를 결정하는 중요 변수는 '가정교육'이 아닌 '유전'과 '또래집단'이라는 것이다. 이는 수많은 쌍생아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여기서 타고난 유전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 CRISPR와 같은 유전자 가위 등을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유의미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어떠한 또래 집단과 어울릴지를 결정하는 환경이다. 맹자의 어머니는 이것을 수천 년 전에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다만 21세기의 맹자 어머니가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아이가 누구와 어울릴지를 결정하는 또 다른 공간 혹은 더 중요한 공간인 '온라인'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냄에 따라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어떠한 집단과 소통하는지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성인보다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아이들에게 온라인 공간의 중요성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공간 어디에 사는지만큼이나 어떠한 온라인 공간에서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온라인의 맹모삼천지교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아직은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다만 수천 년 전에 맹자의 어머니가 3번의 이사를 통해 아이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찾았듯,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아이를 위한 최적의 온라인 환경을 찾을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처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9


사진: UnsplashHandiwork NYC

 

매거진의 이전글 유한에서 무한으로 도약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