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자기 계발'이 본래의 뜻을 잃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앞서 나가기 위한 방편으로 한정돼서 쓰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철학 = 자기 계발의 수단'이라는 공식은 부적절해 보이기는 한다. 심지어 자기 계발이 갖고 있는 본래의 뜻도 거스르는 철학이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다만 '스토아 철학'에 국한해서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스토아 철학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실용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팀 페리스뿐만 아니라 자기 계발 분야의 유명 작가나 강연가들이 인용하는 명언을 들어보면 대부분 '세네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에픽 테토스'와 같은 스토아 철학가들의 말임을 알 수 있다.
불은 금을 시험한다. 역경은 사람을 시험한다.
- 세네카 -
타오르는 불은 그 안에 던져진 모든 것으로 빛과 불꽃을 만든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소크라테스나 제논이라면 무엇을 했을지 자문해보라. 그러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 에픽테토스 -
이처럼 자기 계발 책과 강연에서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사실 스토아 철학가들이 수천 년 전에 이미 말했던 것들이다. 이는 스토아 철학의 근본적인 방향성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스토아학파는 철학을 삶의 인도자로 보았고, 스토아학파의 궁극적 목적은 보통 '행복'으로 번역되는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그리스어로 '선한 영혼'이라는 뜻)를 얻는 것이었다. 비록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행복은 스토아학파가 제시하는 철학적 의미보다는 자아실현이나 개인적 번영과 더 관련이 있다.
(...)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에우다이모니아(행복)란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하여 자신의 본모습과 원하는 모습 사이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다.
- 마르코스 바스케스의 <스토아적 삶의 권유>(김유경 옮김, 레드스톤, 2021) 중 -
본인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던 친구들이 파티를 하고 부(wealth)를 즐길 때, 키케로는 증명할 것이 있는 사람처럼 공부를 했다. 그는 매일 밤 500줄에 가까운 글을 썼다. 그는 읽고 쓰고 관찰했다. 키케로는 명망 있는 사람들과도 네트워킹(인맥 관리)을 했는데, 그중에는 본인보다 6살 어린 울리우스 카이사르도 있었다.
- Ryan Holiday의 <Lives of the Stoics>(Portfolio Penguin, 2020) 중 -
* 본인 요약 및 번역
위에서 본 것처럼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독서를 해라' '좋은 사람과 어울려라' '본인이 하고자 하는 바를 증명해라'를 모두 실천한 것이 키케로이다. 그리고 그는 훗날 로마의 국부(Pater Patriae)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얻게 되었다.
스토아 철학은 시조인 제논의 철학이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 아니고 다양한 생각이 내부적으로 가끔은 충돌하면서 발전해왔기에 이렇게 하나로 묶어서 단순하게 보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자기 계발 서적을 즐겨 읽고 그러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보았을 때는 다분히 자기 계발적 메시지로 읽히면서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될만한 철학임은 분명하다.
철학은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멀리했던 사람이라도 스토아 철학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자기 계발의 원조가 스토아 철학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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