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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24. 2022

소설에서 에세이로의 변화, 빈폴


이번 글은 다분히 내부자적이면서도 외부자적인 글이다. 내가 한때 몸담았었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에 대한 글이기 때문이다. (동기 및 선후배들에게 관련 정보를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외부자적 시선을 더 담기 위해 묻지 않고 그냥 내 생각대로 적어본다)


내가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인상적으로 봤던 빈폴의 캠페인이 있다. 바로 'GD 캠페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Qggye8oiHeY


그 당시 가장 핫했던 GD라는 아티스트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불러일으킨 <슈퍼스타 K>라는 프로그램을 엮어서 진행했던 마케팅 캠페인이다. 빈폴이 기존의 올드(old)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영(young)한 이미지를 얻으려 하는 의도가 분히 보이는 캠페인이었다. (나중에 입사하고 기획의도를 듣게 되었는데 나의 추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에 패션도 그리고 마케팅도 잘 몰랐던 단순 소비자였던 나의 눈에 해당 캠페인에 대한 느낌은 다음과 같았다.


GD가 빈폴을 입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괜찮아 보이네



비유하자면 GD가 빈폴을 입고 나오는 모습은 일종의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독자들은 소설의 내용이 가짜인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에 깊게 몰입하면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나에게도 GD가 실제로 빈폴을 입느냐 안 입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옷이 그리고 빈폴이라는 브랜드가 얼마나 멋져 보이는지가 훨씬 더 중요했다.


그리고 퇴사 후 한동안 잊고 지내던 빈폴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제대로 입다, 빈폴을 입다"라는 메시지돌아온 빈폴을 유튜브에서 마주치게 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ZvmHJX-56g



GD가 빈폴을 입고서도 가장 반짝일 수 있는 모델이었다면, 이번 캠페인의 모델들은 빈폴을 가장 반짝이게 만드는 모델들처럼 보였다. 다른 말로 GD는 빈폴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할 것 같지 않은 모델이었다면, 이번 모델들은 빈폴을 내돈내산할 것 같은 모델들이다. 그리고 메시지도 다음처럼 조금만 변형하면 이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델은 빈폴을 진짜로 입다"


사진 출처: SSF SHOP


이번 빈폴의 캠페인처럼 '실제 유저' 혹은 '실제 유저 같아 보이는 사람'을 모델로 내세우는 모습은 최근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심지어 트렌드에 다소 늦게 반응한다는 대기업까지 말이다.


기아 모닝/레이 광고. 사진 출처: 유튜브 '기아 - 캬TV'


기아의 경우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각각 레이와 모닝을 실제로 타고 있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린 수진과 은혁을 모델로 기용하여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었다.   


웹예능 <프로덕션 z>. 사진 출처: https://idolounge.tistory.com/1243

https://youtu.be/A0HWK6haQis

지코를 모델로 쓴 갤럭시 폴드4/플립4 광고


삼성전자는 갤럭시를 실제로 사용하는 연예인을 활용하여 자체 웹 예능인 <프로덕션 Z>를 제작하였고, 최근에 출시한 갤럭시 Z 폴드4와 플립4의 모델로는 너무나도 아이폰을 쓸 것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갤럭시만 쓰는 갤럭시의 충성 유저인 '지코'를 선정하였다.


이처럼 대기업 포함 다양한 기업에서 자사의 광고모델로 실제 유저 혹은 실제 유저처럼 보이는 사람을 쓰는 이유는 결국 소비자 때문이다. 즉 그들의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그것이 아무리 화려하고 흥미롭더라도 허구의 '소설'에는 잘 반응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소소하더라도 진실된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빈폴 캠페인은 모델 선정부터 메시지 그리고 전체적인 톤앤매너까지 마치 '에세이'를 영상화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소설에서 에세이로 전환한 빈폴이 앞으로 어디까지 그것을 발전시켜 나갈지 앞으로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다.


P.S. 삼성으로부터 그 어떤 지원도 받지 않은 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빈폴을 입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표지 사진: SSF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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